"천지는 사랑을 잃고 사람은 의미를 잃고, 살면서 할 수 있는 게 뭘까?"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하고 앉았냐? 맨날 비실비실하는 주제에 건강이나 챙겨라. 건강한 게 최고여." "오십 넘어가니까 기력도 떨어지고 고혈압, 복부비만에 혹시 암에라도 걸리지 않았는지 불안하지? 그러고 보니까 온 세상이 건강 타령인 것 같아. 왜 그럴까?"
"왜 그러긴, 아픈 사람이 많아서 그렇지, 게다가 오래 살아야 하니까. 아파서 개고생하다 죽으면 어떡하나? 모아둔 돈도 없는데." "요즈음 젊은이들도 건강 프로젝트 만들어 엄청 열심히 운동하고 요가하고 그러더라. 몸에 안 좋다고 술도 안 마신대. 미친 듯이 연애도 안 해. 무슨 재미로 살지?" "방송에도 건강 프로그램이 오죽 많아서, 그거 보고 있으면 오히려 더 겁나고 규칙적으로 운동하지 않는 나를 탓하게 돼. 게으른 자신에 대한 죄책감까지 생긴다니까."
건강이 중요하긴 하지만 건강이 핵심적 가치가 되어버린 사회는 건강하지 못한 사회인 것 같다. 무기력하고 무의미한 삶을 지탱해주는 원리가 온통 건강으로 쏠리는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닐까. 모험도 하지 않고 불의에 저항도 하지 않고 이웃에도 관심이 없고, 오직 자신의 건강에만 집중하게 된다면 오히려 건강하지 못한 환경을 증폭시키게 되는 건 아닌지.
"건강하려면 돈이 있어야 돼. 병원도 자주 가고 유명한 기업이 만드는 건강식품에다 헬스클럽, 골프 세트도 갖추어야 하니까." "그냥 현미밥에 된장 먹으며 걸어다니면 건강할 수 있다는 얘기는 왜 안 해 줄까? 돈 안 되는 건강법은 제대로 된 건강법이 아닌가 봐." "건강 중독에 빠지면 평생 '건강해야 하는데' 걱정하며 돈 쓰다 죽는 거야. 그리고 아무것도 못하는 거야. 건강 중독에 빠진 사람들이 많아지면 누가 좋을까?"
"건강하게 살면서 사회적 의미를 지닌 일도 하고 봉사활동도 하는 사람들에게 배워야 해. 건강이 삶의 목표가 되어버린 이기주의자가 되지 않으려면." "그러게, 어차피 인생은 실패와 고통의 연속인데, 아픈 것도 인정하며 살아야 할 것 같아." "근데 오십견 이거 너무 아프네. 어깨가 내려앉고 송곳으로 쑤시는 것 같아. 어디 용한 병원 없나?"
3년 된 밀가루가 아직도 썩지 않고 멀쩡해서 이거 먹고 죽으면 썩지도 않을까 봐 오싹해지는데, 건강을 지나치게 염려한 나머지 내가 내 몸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더욱 의존하게 되는, 결국 하나도 건강하지 못한 몸과 마음을 발견하게 된다. 마치 보이지 않는 미세먼지처럼 우리의 건강을 해치는 것이, 건강하지 못하게 만드는 원인에 대해서는 눈 감게 하고 오직 자신의 건강에만 몰두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생각마저 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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