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친인척 보좌관 논란에 억울한 피해자도 있다

보좌진 9명 인사권 가진 의원들 채용 관런 법적 금지 장치 없어, 투명한 원칙 마련부터

'처제와 3년 전 이혼한 옛 동서, 의원 부인의 7촌 조카까지.'

첫 번째는 새누리당 김명연 의원, 두 번째는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의 보좌진 채용 사례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 발(發)친인척 보좌진 채용 논란으로 민법상 친인척(본인 8촌, 배우자 4촌) 범위에 들어가 있지 않은 이들도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분위기 때문에 사퇴했거나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친인척 보좌진 채용 문제가 여의도를 뒤흔들면서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려 '묻지마식'으로 친인척 보좌진을 해고하기보다 명확한 채용 기준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회의원이 친인척을 보좌진으로 채용할 수 있는 이유는 두 가지다. 보좌진 9명의 인사권을 국회의원이 전적으로 갖고 있고, 법으로 의원의 친인척 채용을 금지하는 장치가 없어서다. 채용 기준이 없으니 억울한(?) 사례도 나온다. 초선인 더민주 안호영 의원은 6촌 동생인 5급 비서관을 사퇴시켰다. 하지만 그는 국회 경력 10년 차로 17대 국회 때부터 보좌진 생활을 한 경력자다.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경북 경산)의 매제로 2014년 9월 사퇴한 장모 씨도 그렇다. 최 의원 측은 "12대 국회인 1985년 김일윤 전 의원 보좌관으로 채용돼 근무하다가 2004년 17대 때 최 의원이 국회에 입성하면서 함께 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둘 다 혈연보다 전문성을 우선시해 채용한 경우다.

여론에 등 떠밀려 옷을 벗는 보좌진들이 속출하자 적극 해명에 나선 의원도 있다. 정동영 의원은 4일 기자들에게 보낸 보도자료에서 20년간 함께 일한 아내의 7촌 조카인 5급 비서관에 대해 "20년 전에는 친척이었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가장 오래된 동지"라고 밝히며 국회에서 규정이 만들어지면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했다.

여야가 앞다퉈 친인척 보좌진을 채용한 의원을 색출하는 풍경이 벌어지자 채용 과정을 투명하게 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적인 자리에 전문성이 없는 국회의원 친인척이 채용되는 데 국민이 분개하고 있는 만큼 채용 절차를 손보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프랑스 상원의원은 의원 가족 1명을 채용할 수 있고, 독일 연방의회 의원은 친인척 및 배우자를 고용할 순 있어도 비용 지원은 안 된다. 또 영국 하원의원은 1인에 한해 배우자와 자녀, 친인척을 보좌진으로 둘 수 있다. 반면 미국 연방의원은 친인척 임명을 금지하고 있으며 부모 자녀, 시동생부터 이복 형제자매까지 구체적인 범위를 명시하고 있다.

강우진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누구를 채용하느냐보다 채용 과정이 더 중요하다. 직계비존속만 아니라면 능력 있고 의원과 호흡이 잘 맞는 친인척을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통해 채용할 수 있다고 본다"며 "의원 '특권 내려놓기'와 함께 마녀사냥식으로 이미 임용된 능력 있는 친인척 보좌진을 면직하기보다 채용 가능한 친인척 범위를 정하고, 보좌진 능력 검증을 강화하는 식으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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