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대 국회 또 막말, 본회의 중단

김동철 "저런 사람 좀 뽑지 마세요"-이장우 "대전시민 들먹거리지 마"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주선 국회부의장에게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이 발언하는 동안 김 의원의 발언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이날 김 의원의 대정부 질문 때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이 김 의원의 질문을 방해하는 발언을 하자 김 의원이 이에 반발하며 양측은 고성이 오갔다. 연합뉴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주선 국회부의장에게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이 발언하는 동안 김 의원의 발언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이날 김 의원의 대정부 질문 때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이 김 의원의 질문을 방해하는 발언을 하자 김 의원이 이에 반발하며 양측은 고성이 오갔다. 연합뉴스

"다음 총선에서 대전 시민은 저런 사람 좀 제발 뽑지 마세요!"(국민의당 김동철 의원)

"왜 대전시민을 들먹거려요? 사과하세요!"(새누리당 이장우 의원)

20대 국회 본회의 비(非)경제 분야 대정부질문 둘째 날인 5일 막말 국회가 재연됐다. 황교안 국무총리를 상대로 질의하는 김동철 의원에게 새누리당 의원 일부가 야유했고 분을 참지 못한 김 의원이 이장우 의원과 설전을 주고받으며 오전 본회의가 파행됐다. 여야 간 의견 대립으로 상임위가 파행된 적은 종종 있었으나 두 의원의 감정싸움으로 본회의까지 멈춰 서면서 '협치'를 강조했던 20대 국회가 국민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싸움은 김 의원이 황 총리에게 질문하면서 시작됐다. 김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가 영남권에 편중돼 있다고 지적하자 황 총리는 "역량에 따라서 하고 저도 영남 사람이 아니다"고 답했다. 그러자 이은재 의원을 비롯한 새누리당 의원이 "인사권자는 대통령이지요" "잘하고 있습니다"며 황 총리를 거들었고 화가 난 김 의원이 막말을 쏟아냈다. 김 의원은 "질문할 테니까 간섭하지 말란 말이야! 말하고 싶으면 나와서 하란 말이야!"라고 새누리당 의원석을 향해 반말했고, 이에 이장우 의원이 "어디다 반말하세요?"라고 항의하며 싸움이 번졌다.

대정부질문은 곧 두 의원의 감정싸움으로 번졌다. "내가 국회의원 하면서 당신같이 하는 사람 처음 봤어!"(이장우 의원) "이렇게 저질 국회의원들하고 같이 국회의원 한다는 게 정말 창피해 죽겠네. 총리의 부하 직원이야, 국회의원이야?"(김동철 의원) 등 격한 발언을 주고받았다. 특히 김 의원이 이 의원의 지역구인 대전을 가리켜 "대전 시민한테 물어봐. 이 의원이 잘했나"라고 하자 이 의원은 "어디다가 대전 시민 얘기를!"이라고 반박하며 볼썽사나운 싸움이 벌어졌다.

급기야 3당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까지 총출동했다. 사회를 맡은 국민의당 소속 박주선 국회부의장은 "정부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며 3당 원내지도부를 불러 중재하려 했으나 이미 번진 싸움을 멈추지 못했다. 결국 회의는 시작 1시간 38분 만인 오전 11시 38분 중단됐다.

김 의원은 뒤늦게 유감을 표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나머지 두 당 원내대표를 만나 김 의원의 공개 사과에 합의하면서 정회 3시간 만에 속개했다. 하지만 이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김 의원은 저와 150만 대전시민, 새누리당 전 의원에게 사죄하고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했고, 사퇴하지 않으면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맞섰다.

특권 내려놓기 분위기와 함께 몸을 잔뜩 낮추고 있는 국회에서 공개 싸움이 벌어지자 동료 의원들은 여론이 악화할까 걱정하는 눈치다. 새누리당의 한 초선 의원은 "지역구에서 제일 많이 듣는 말이 '싸우지 말라'다. 국회가 이런 모습을 보여서 국민에게 다 같이 욕 먹을까 봐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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