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참을 수 없는 가벼움, 그 편견을 넘어서

오서은.
오서은.

10여 년 전 우연히 뉴욕의 브로드웨이 극장에서 만난 뮤지컬과 사랑에 빠진 이후 뮤지컬 하나만을 보며 달려왔다. 그중 뮤지컬 도시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딤프(DIMF)라는 훌륭한 뮤지컬 축제까지 키워낸 대구에서 일을 시작하고 배운 것은 가장 큰 행운이었다.

이 일을 해 오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 중의 하나는 바로 '뮤지컬은 상업 예술일 뿐'이라는 편견과 싸우는 것이었다. 사실 뮤지컬은 상업 예술이 맞다. 그걸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업 예술이기 때문에 '가볍다'고 단정 지어버리는 부정적인 인식과 맞서 싸우는 일이 더 힘들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겠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은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잘 모르고 오해하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뮤지컬은 종합예술이다. 춤, 노래, 연기, 연출, 의상, 분장, 음향, 조명, 무대, 소품, 미술, 특수효과, 기획, 홍보에 이르기까지 공연과 관련된 모든 분야가 함께 어우러져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요즘은 관객에게 공감을 얻고 흥행을 보증하기 위해 이미 검증된 문학작품이나 영화 등을 소재로 하는 공연도 늘어나고 있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 , 음악적 소재로 크게 흥행한 영화 를 뮤지컬로 만들어 성공한 사례를 꼽을 수 있다. 이러한 영화나 문학은 이미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그런데 수준 높은 원작의 내용을 그대로 살리고 뮤지컬로 새롭게 재탄생시킨 작품을 상업 예술이니 단순히 가볍다고 말할 수 있을까?

뮤지컬이 갖고 있는 낭만적인 요소, 공연의 흐름과 관계없는 뮤지컬만의 특징적인(볼거리나 즐거움을 주기 위한 요소가 강한) 장치들은 뮤지컬을 비판적으로 보는 사람들의 주요 논쟁거리다. 하지만 이것은 뮤지컬 장르만의 특색이며 오페라, 연극과 다른 쇼(show)로서의 매력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현재 뮤지컬은 시대의 흐름과 유행을 반영하는 가장 인기 있는 공연 형태다. 그러나 뮤지컬이 단지 돈의 흐름만을 좇고 스타 마케팅에만 치중해 신선하고 좋은 작품을 만드는 일을 등한시한다면, 뮤지컬을 사랑하는 관객들도 언젠가는 등을 돌리고 말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뮤지컬을 가벼운 쇼에 지나지 않게 만드는 일이다. 볼거리와 비즈니스에만 신경 쓰는 것이 아니라, 뉴욕의 오프-오프-브로드웨이(미국 뉴욕의 브로드웨이 밖에 있는 비상업적 뮤지컬 오프-브로드웨이보다도 더 실험적인 공연)에서 시도되는 것처럼 다양하고 참신한 소재를 개발하고 좋은 배우들을 등용하도록 노력하는 일을 멈추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그 선두에 대구의 예술계가 있기를 바란다. 10주년, 20주년을 넘어 다른 어느 도시도 할 수 없는 발전적인 뮤지컬의 미래를 제시하는 예술중심도시이자 뮤지컬 도시 대구, 그리고 DIMF가 되기를 응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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