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1시 40분쯤 예천 풍양면 낙상리 3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작은 마을에서 "80대 할머니 A(82) 씨가 정자에 쓰러져 숨져 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예천경찰서 형사팀은 숨진 A씨 목 주위에 멍을 발견한 뒤 살인사건으로 추정, 당시 현장에 있던 마을주민을 상대로 사건 경위를 묻기 시작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정자에 쓰러져 죽은 것이 아니라 정자 위 기둥에 스스로 목을 매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현장을 목격한 마을주민들과 A씨 아들이 정자 위 기둥에 목을 매 숨진 A씨의 시신을 수습한 뒤 목맨 노끈을 숨기고 신고를 한 것이다.
경찰이 마을 주민들의 이런 행동에 대해 사실관계를 파악해 들어가자 그 배경에는 주민들의 불안 심리가 있었다.
이 마을에서는 지난해 3월 80대 할머니가 두 다리를 청테이프에 묶인 채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 수사에서 범인은 자녀 양육비 문제로 이 할머니와 갈등을 빚어온 이혼한 전 며느리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마을주민들은 일상생활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큰 불안감에 휩싸이는 등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 일부 주민은 외출까지 자제했고 동네에 간간이 들리던 웃음소리마저 사라졌다.
그러다 사건 발생 1년여 만에 한동네에 사는 A씨가 신병 등을 비관해 마을 앞 정자 위 기둥에 목을 매자 현장을 목격한 마을 주민 3명이 "더 이상 동네의 비극을 이어가서는 안 된다"며 자살이 아닌 자연사로 신고했다는 것.
A씨가 숨진 현장을 목격한 B(80) 씨는 "지난해 사건 이후 조그만 마을이 쑥대밭이 됐는데 동네 할머니가 목을 매 숨진 사실이 알려지면 동네 민심이 더 흉흉해질까 두려워 단순 변사로 신고했다. 경찰 조사에 혼선을 줘 죄송하다"며 선처를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예천경찰서는 평소 지병에 시달려 온 A씨가 신병을 비관해 스스로 목을 매 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사실대로 신고하지 않은 주민들에 대해서는 선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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