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 칼럼] 대구경북의 새로운 발전전략을 기다리며

경북대사대부고·서울대(경영학과) 졸업. 제34회 공인회계사 합격
경북대사대부고·서울대(경영학과) 졸업. 제34회 공인회계사 합격

신공항 유치 실패한 대구 새 전략 필요

K2 이전 후 새로운 新대구공항 지어야

K2 이전 위한 국가예산으로 재원 조달

현 부지에는 국가산단 만들면 금상첨화

말도 많고, 시끄러웠던 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이 대구경북의 완패로 끝났다. 여기저기서 대통령과 중앙정부에 대한 섭섭한 마음을 토로하고, 용역 결과에 대한 검증단을 꾸리겠다고 부산하다. 그러나 지역의 어떠한 정치인도 작금의 상황에 대해 지역민들에게 진솔하게 사과하는 모습은 없다. 하물며 지역의 숙원사업 유치가 왜 실패했는지에 대한 원인 분석 움직임은 더더욱 없다.

부드러운 개입을 통해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것을 뜻하는 넛지효과(nudge effect)라는 용어가 있다. 이는 행동경제학자인 리처드 탈러 시카고대 교수와 카스 선스타인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공저인 '넛지'에 소개되어 유명해진 말이다. 이들에 의하면 강요에 의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선택을 이끄는 힘은 생각보다 큰 효과가 있는데 의사가 수술해서 살아날 확률이 90%라고 말했을 때와 그 수술로 죽을 확률이 10%라고 말했을 때 죽을 확률을 말한 경우에는 대다수의 환자가 수술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넛지효과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스키폴공항에서 남자 소변기 중앙에 파리 그림을 그려 넣은 것이다. 사람들이 소변을 보며 파리 그림을 맞히려 했고, 자연스럽게 변기 밖으로 튀는 소변은 80%나 줄었다고 한다. '깨끗이 사용합시다'라는 글을 붙여놓았을 때보다 훨씬 좋은 효과를 낸 것이다.

현금자동인출기(ATM)에서 현금을 인출한 후에 카드를 그대로 꽂아두고 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카드를 먼저 회수하고 현금을 찾을 수 있도록 한 것도 제아무리 크게 써놓은 안내문구보다 더 효과적인 사례이다.

사회가 민주화될수록 의견을 전달하고 정책을 추진하는 데는 기술이 필요하다. 아무리 취지가 좋다고 해도 일방통행이란 생각이 들면 반발을 초래하기 쉽다. 특히, 경쟁자나 반대자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단편적이고 직선적인 방법만으로는 기대한 효과를 달성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그렇다고 해서 명분이나 권위에만 의존한 채, 누군가가 알아서 챙겨주리라 생각하는 것은 더욱 어리석은 기다림이다.

금번의 신공항 입지 선정 문제를 되돌아보면, 시장직까지 내건 부산은 최선은 아니나 차선의 결과를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구는 최선도 아닌, 차선책만을 추구하다 닭 쫓던 개의 모습이 돼 버렸다. 으레 대통령께서 잘 챙겨주겠지라는 오만한 생각으로 조용히 시간만 흘러가길 기다린 것은 아닌지 반성이 필요한 부분이다. 오히려 K2 공군기지 이전 사업을 먼저 추진하고, 민영공항과 군사공항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대규모 신공항을 경북의 남부권이나 밀양에 추진했다면 국가 자원의 효율적인 운용이나, 군사공항 건설에 따른 민원 최소화 등의 명분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지 않았을까 복기해 본다.

정부에서 김해신공항 활주로 길이를 3.2㎞로 건설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유럽이나, 미주 노선을 운항할 대형 항공기가 드나드는 허브공항을 지향하는 모습이 아닌 것 같다. 근거리 노선인 중국과 일본 및 동남아시아를 정도를 커버하는 지역 국제공항으로서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김해공항 확장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K2 공군기지를 대구 근교로 이전하되, 경북의 주요 도시와 울산과의 접근성이 최적화될 수 있는 지역을 선정하여 민간 항공기도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신대구공항 건설 추진이 필요하다.

신공항 건립 예산의 상당 부분을 K2 이전을 위한 국가 예산으로 조달하고, 현재의 대구공항 부지를 팔공산IC와 연계된 대규모 국가산업단지로 개발한다면 신대구공항 건설사업이 대구경북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이 될 것이다.

대구시장님께서는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통상적인 업무는 부시장들에게 맡기고, 저는 현재 닥친 위기 상황을 어떻게든 기회로 만들기 위해 앞장서고, 온몸을 던지겠다"고 하셨다. 그러나 이미 신공항을 김해공항 확장안으로 결정한 현 정부에서 어느 정도의 가시적인 반대급부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2년 전 대구시장 선거에서 "대구 혁신에 목숨 걸겠습니다"라고 한 말씀이 허언이 아님을 금번에는 단디 보여주시길 바란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