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막말·고함·인신 공격, 20대 국회도 싹수가 노랗다

20대 국회도 싹수가 노랗다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을 사태가 벌어졌다. 5일 국회 대정부질문이 여야 의원들의 막말과 고함, 인신공격성 발언으로 정회된 것이다. 최악이라는 19대 국회와 한 치도 다르지 않은 구태이다. 여야는 20대 국회 개원에 앞서 4'13 총선에서 국민이 어느 한 당이 일방적 의사진행을 할 수 없도록 의석을 여야 3당에 균분(均分)해준 뜻을 받들어 '협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5일 여야 의원들이 보여준 모습은 그런 약속이 입에 발린 말이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게 한다.

이날 사태의 원인 제공자는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광주 광산갑)이었다. 그는 황교안 총리에게 질의하면서 '호통'이란 구태를 되풀이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의원들이 질의 자세를 문제 삼고 나선 가운데 이은재 의원(서울 강남병)이 김 의원에게 "질문만 해요"라고 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질문할 테니 간섭하지 말란 말이야" "말하고 싶으면 나와서 하란 말이야"라며 반말을 했다. 이에 대해 이장우 의원(대전 동구)이 "어디다 반말하세요, 지금 국민이 지켜보고 있어요"라고 항의했다.

이에 대한 김 의원의 대응은 상식 이하였다. 이 의원을 향해 "어떻게 대전 시민은 이런 사람을 국회의원으로 뽑아 놨나", "제발 대전은 그런 사람 뽑지말라"고 한 것이다. 이는 대전 시민 전체에 대한 모욕이다. 자신은 옳고 이 의원과 그를 선택한 대전 시민은 그르다는, 치기(稚氣) 어린 오만이기도 하다. 김 의원의 막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새누리당 의원들을 향해 '저질 국회의원'이란 말까지 뱉어냈다. 김 의원 식으로 말한다면 어떻게 광주 시민은 이런 사람을 국회의원으로 뽑았는지 모르겠다.

이날 정회 사태는 우리 정치권에 깊이 뿌리내린 대결적 자세, 나만 옳다는 오만, 호통을 의정활동을 잘하는 것으로 여기는 시대착오적 권위 의식 등의 고질병이 여전함을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국민은 20대 국회에서는 이런 고질병이 사라지고 새롭고 생산적인 국회상(像)이 정립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그런 기대는 초장부터 무너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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