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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대권주자 인터뷰] ①새누리 유승민 의원

"결국은 비용 문제…대구공항 활성화·K2 이전은 朴 정부 몫"

사진. 성일권 기자
사진. 성일권 기자
지난 3일 대구시 동구 화랑로에 있는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의 대구 사무실을 찾았다. 유승민이 원내대표 사퇴 이후 공식적인 언론 접촉은 매일신문 인터뷰가 처음이다.
지난 3일 대구시 동구 화랑로에 있는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의 대구 사무실을 찾았다. 유승민이 원내대표 사퇴 이후 공식적인 언론 접촉은 매일신문 인터뷰가 처음이다.

매일신문은 창간 70주년을 맞아 1년 반 앞으로 성큼 다가온 제19대 대통령선거 출마 예상자들에 대한 인터뷰를 싣는다. 첫 번째 손님은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다.

지난해 7월 새누리당 원내대표에서 '떠밀려' 물러난 이후 새누리당 당내 갈등의 한복판에 섰던 유승민 의원이다. 원내대표 사퇴 이후 공식적인 언론 접촉은 이번 매일신문 인터뷰가 처음이다. 탈당과 무소속 출마 등의 우여곡절 끝에 다시 친정인 새누리당으로 돌아온 그에게 이제는 대권 도전을 이야기하는 이가 많다. 그의 이야기를 듣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3일 대구시 동구 화랑로에 있는 유 의원의 대구 사무실을 찾았다. 오전 11시부터 시작된 인터뷰는 낮 12시를 넘겨 점심시간까지 이어졌다. 점심은 인근 보리밥집에서 공수해 온 비빔밥이었다. 유 의원은 거침이 없었다. 대선 출마에 대한 생각도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듯했다. 서두르지는 않겠지만 마주해야 한다면 회피하지도 않겠다는 자세로 보였다.

지난 3월 말 공천 파동이 한창일 때 무려 7박 8일간 잠적한 일부터 꺼냈다. 유 의원은 수행비서 한 사람만 데리고 동해안 한적한 펜션에 가 있었다고 했다. 외가인 안동이나 친가인 영주도 생각했지만 언론의 추적에서 벗어날 수 없을 걸로 판단, 아무 연고도 없는 곳으로 떠났다고 했다. 생각보다 잠적 기간이 길어져 많이 불편했고 처박혀서 여러 가지 생각들을 많이 했지만 하루하루가 긴박하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고 했다.

-전당대회를 한 달여 앞두고 있다. 전당대회를 맞는 입장이 뭔가?

▶이번 전당대회에는 출마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지난 1년간 당내 갈등의 한복판에 서 있었던 사람으로서 복당한 지 얼마 안 돼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서다. 이번 전당대회는 당의 미래, 당의 노선과 정책 이런 걸 놓고 처절하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장이 됐으면 좋겠다.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국민 심판을 받았고,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게 분명해졌으니 친박 비박이라는 계파보다는 당의 미래나 당의 개혁을 위해서 일할 사람인지를 기준으로 보자는 거다. 아직 누구를 도울지는 결정하지 않았다.

-4'13 총선 직후부터 지금까지 새누리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정권 재창출은 물 건너갔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총선 패배에 대해서 처절하게 반성하고 그때부터 당이 새로운 변화를 시작했어야 하는데 총선이 지나고 지금 석 달이 더 지났는데도 아직도 그걸 못하고 있으니 그런 평가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 이대로라면 내년 대선은 상당히 어렵다. 당원들도 그렇게 보고 있다, 그렇다면 길은 하나다. 전당대회에서도, 전당대회 이후에도 새누리당의 미래, 보수의 미래에 대해 정말 치열하게 토론을 해서 그 길을 찾고 미래를 열어 나가는 노력과 몸부림이 있어야 한다, 우리끼리 패싸움만 한다면 당에 대해서 국민들이 절망한 게 그대로 내년 대선까지 이어질 걸로 본다.

-그렇지만 친박 비박 계파 간 싸움은 새누리당의 고질병이다. 계파 갈등에 대해 진단해 달라.

▶새누리당 내 계파 갈등이라는 게 불거진 지 10년쯤 됐다. 한나라당 시절인 2007년 친박과 친이 갈등에서 시작해 친박과 비박으로 나누어져 내부에서 곪아온 계파 갈등이 우리나라 보수 정당을 망가뜨렸고, 보수를 망가뜨렸다고 본다. 저는 우리 보수가 망가지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지난 10년을 반성하고 이제는 보수당의 환골탈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는 이제까지의 새누리당에 만족을 하고 이대로 대선을 맞이할 건지 아니면 새누리당을 혁신하고 보수의 뼛속까지 바꿔 내년 대선에서 승부할 건지 치열한 토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런 과정에서 계파 갈등도 뒷전으로 밀려나 결국 사라질 것이라고 본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원내대표 시절 연설 문구를 두고 아직도 말들이 많다. 대통령의 국정 성공에 좀 더 뒷받침을 한 뒤 자신의 정치철학을 펴도 늦지 않았다는 비판이 많다. 하지만 최근에는 새누리당 내에서도 정진석 원내대표나 김무성 전 대표가 유 의원의 따뜻한 보수와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저를 비판하시는 분들의 목소리는 언제나 열린 가슴으로 듣고, 제가 반성할 점이 있다면 고치겠다. 그러나 작년 4월 저의 국회 원내대표 연설 내용을 제대로 읽어본다면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를 향한 저의 종합적인 생각과 저의 충정을 이해해 주실 거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다'라는 말 때문에 정체성에 대한 비판을 하는 분들이 있는데 저는 그분들에게 새누리당의 정체성은 과연 무엇인지, 새누리당이 지금 이대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결과적으로 저는 사퇴했지만 앞으로도 그런 방향으로 보수는 개혁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최근 저의 생각에 공감하시는 분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 반갑다. 권영진, 남경필, 원희룡, 김기현 등 당 소속 시도지사들 중에서도 공감하는 분들이 많다.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를 입버릇처럼 달고 다니는데 과연 우리 시대 보수의 역할이란 무엇인가?

▶지금 보수가 개혁하지 않으면 새누리당이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더 문제다. 보수가 변해야 대한민국이 변한다. 우리 사회를 실제로 움직이는 것은 보수의 힘이다. 진보의 급진적인 개혁은 보수가 반대할 가능성이 있지만, 보수의 건전한 개혁은 진보가 반대할 명분이 약하다. 선진국에서 보수가 개혁을 해서 성공한 사례는 너무 많다. 저는 2011년 전당대회에 출마했을 때 이후, 그리고 2015년 원내대표 연설에서도 일관되게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로 나아가자고 했다. 새누리당이 진실로 이 길로 나아가야 새누리당도 이 나라도 희망이 있을 걸로 확신한다. 저는 그런 보수의 개혁을 위해 제 소명을 다하려 한다.

-4'13 총선 이후 새누리당 내에서 대구경북의 정치적 무게감이 이전보다 확실히 못해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특히 신공항 백지화로 TK가 더 이상 대한민국 정치의 중심이 될 수는 없을 거라는 비관론까지 나오는데.

▶그런 지적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한다. 지난해 계산성당에서 '대구가 개혁의 중심이 되자'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다. 저는 대구경북 시도민들에게 조선시대를 이끌어 온 사림의 피가 흐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공적인 일, 국가적인 일에 대한 의식이 강하다. 그런 점에서 우리들에게는 '네이션 빌딩 DNA'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구경북인들이 앞으로도 정치지형상 보수의 중심, 새누리당의 심장과 같은 역할을 할 거라고 본다. 보수가 바뀌어야 대한민국이 바뀌고 그런 점에서 대구가 변하면 대한민국이 변한다고 생각한다.

-국회의원 83%가 어떤 식으로든 87년 체제의 개편 필요성에 공감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개헌론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개헌이 만병통치약도 아니고, 개헌이 실제 가능할지도 불확실하다. 굳이 개헌 이야기를 한다면, 저 개인적으로는 4년 중임 대통령제를 선호한다. 우리나라가 통일되고 경제사회가 선진국에 진입할 때까지는 국민이 직접 선택한 강력하고 안정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제로 간다면 권한이 더 커지는 국회가 행정부를 장악하게 된다는 것인데, 국회에 대한 불신이 너무 높아 국민의 신뢰와 동의를 얻기가 어려울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는 이미 물 건너간 거 아닌가? 남북 간에는 연결 고리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 남북 관계를 개선할 방안이 있는가?

▶북한의 비핵화와 한미동맹에 기초한 강력한 국방력을 보유하는 것은 그 어떤 경우에도 일관되게 추진해야 할 우리의 목표다. 강력한 국방력을 보유하는 동시에 북한과의 대화에도 적극 나서는 유연함을 가져야 한다. 전쟁 중에도 적과 대화를 하는데 평시에 대화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남북 관계를 발전시켜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고 평화를 가져올 수만 있다면 우리가 양보해야 할 조건들에 대해서 충분히 국민의 동의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양극화의 심화로 우리 사회 안정성이 위협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 높아져만 가는 사회적 긴장을 완화시킬 방법은 없나?

▶제가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로 새누리당이 개혁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주장하고 그 이념적 토대로 공화주의를 주장한 것도, 이 시대의 양극화 불평등 심화를 그대로 두면 결국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가 내부로부터 붕괴되는 재앙이 닥칠 것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브렉시트, 미국의 트럼프와 샌더스 돌풍에서 보듯 우리나라도 분노가 폭발하기 시작하면 나라 전체가 어디로 갈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저항하는 기득권을 설득하고 개혁에 동참하도록 유도하는 정치적 리더십일 것이다.

-신공항이 10년을 끌다 백지화됐다. 대구는 아무것도 얻은 게 없다. 공항 문제에 누구보다 공을 많이 들여온 국회의원으로서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대구에 가장 바람직하다고 보는가?

▶참담한 심정이다. 이 정부 임기 내에 신공항은 백지화된 상태로 끝이 났다. 다음 대선에서 또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어렵게 됐다. 또 누가 신공항을 공약으로 내걸겠나. 내걸어도 믿어주질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좌절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정부가 대구공항은 존치한다고 분명히 이야기했다. 대구와 경북 인구가 520만 명이다. 이 인구라면 지금과 같은 글로벌 시대에 국제공항은 반드시 필요하며, 그런 국제공항을 유지하는 것은 전적으로 중앙정부의 책임이다. K2 이전도 대구 발전을 위해 반드시 추진해야 할 일이다. 대구공항 발전과 K2 이전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어떻게 추진할 것이냐, 그 해법을 찾아내는 것이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이다.

-K2 이전도 물 건너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K2 이전마저 무산된다면 대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이 정부가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결론을 내리면서 대구경북이 당면한 대구공항과 K2 이전에 대해서는 아무런 고려를 안 했다는 점이 굉장히 원망스럽다. 그렇다고 대구가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 K2 이전이나 대구공항을 발전시키는 것은 중앙정부의 책임인 만큼 중앙정부를 상대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수밖에 없다. 결국 비용의 문제인데 이 정부 끝나기 전에 문서로라도 그 답을 얻어내야 한다. 그런 노력을 대구시와 정치권이 해야 한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대선 출마 권유를 많이 받고 있는 걸로 아는데 어찌 할 생각인가?

▶대선을 세 번 치러봤다. 깊이 관여해 보았다. 그 결과 대선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는 것보다 집권 후 잘하는 것, 성공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렵고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이기는 데만 주력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다만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 매일 이 질문을 한다.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가 저의 꿈이다. 그 꿈을 향해 용감하게 나아갈 뿐이다. 물론 아직 결심을 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등을 떠밀려서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정치를 하는 사람으로서 저의 소명이 무엇인지 오랫동안 늘 고민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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