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9988! 빛나는 실버] '예음 색소폰오케스트라'서 봉사의 선율 권순종 씨

지난해 12월,
지난해 12월, '예음 색소폰오케스트라'의 대구문화예술회관 정기연주회에서 권순종 씨가 연주하고 있다. 사진 아래 원안은 권순종 씨.

그를 열정적으로 활동하게 하는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 바쁜 시간을 빼앗는 것 같아서 미안했으나 점심식사 후 그의 팔공산 자락 자택인 '운곡재'까지 따라가 커피를 마시는 호사를 누렸다.

권순종(67'경북 칠곡군 동명면 남원리) 씨는 동안(童顔)이었다. 맑은 눈빛은 소년 같은 인상을 주었다. 시원한 필체로 '삶의 길에서 만난 사람들', '무대의 매력과 극작가의 유혹' 두 권의 저서에 사인을 해서 건네준다.

"1980년대 초반에 대구에는 희곡을 전공하는 사람이 전무한 실정이었지요. 대구 연극은 공연만 있었지 비평다운 비평이 없었습니다. 연극에 관심 있는 사람끼리 규합하여 연극비평단체 '무천'을 1984년 가을 출범하였습니다."

권 씨는 한국 희극을 연구하여 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구 연극사에서 그 의의는 자못 클 수밖에 없었다.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 희극 연극 연구에 선구적 역할을 한 것이다. 영주에서 태어난 그는 신문방송학을 공부하고 싶었으나 가정형편상 안동교육대학을 졸업하였다.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길은 하나가 아니라 늘 여럿 있게 마련이지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여러 개 중 하나뿐이었지요. 사회에 첫발을 교직으로 내디뎠으니 그곳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는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거쳐 구미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그의 학구열은 그만큼 대단했다. 석사에 이어 문학박사 학위까지 받은 것이다.

2009년 2월, 권 씨는 구미대학교에서 퇴직했다. 1972년 교직에 첫발을 디딘 지 37년 만이었다. "손뼉칠 때 떠나는 모습이 아름답지요. 남아 있는 것보다 떠나는 것이 낫다는 결론에 이르면 하루라도 빨리 결행에 옮기는 것이 삶에서 훨씬 이문이 남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연구실만 지키며 세월을 낚기에는 남은 삶이 너무 소중하고 아까웠습니다. 대학 문을 나서도 내 자신이 쓰일 곳이 있다는 믿음도 있었습니다."

권 씨는 현재 '예음색소폰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테너 색소폰을 연주한다. 작년부터 단장을 맡아 단원을 이끌고 있다. '예음'은 지난 6월 서울 세종문화회관이 주관하는 생활예술오케스트라 2차 예선을 무난하게 통과하고, 오는 10월 M씨어터 본선 무대 연주를 위해 합주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예음 단원들은 동명면에 있는 성가어르신센터와 애덕의 집을 월 1회씩 방문합니다. 색소폰 연주와 스토리텔링으로 어르신들을 즐겁게 해드리는 일도 중요한 일이지요."

그는 바쁘게 활동한다. 대전총신평생교육원의 학점은행제 책임교수로 일주일에 한 번 출강한다. 텃밭에 채소를 가꾸고, 봉화군 물야면에 있는 농장도 관리해야 한다. 여섯 살 된 외손녀를 데리고 있는데 유치원 마칠 시간이면 어김없이 집으로 돌아와 '손녀 바보' 가 된다.

오늘의 모습은 어제 본인이 선택한 결과라고 한다. 그는 강단에서 열심히 가르쳤고, 본인의 자아를 찾기 위해 공부했다. 연극 발전을 위해 모임을 만들고 연극 무크지도 만들었다. 퇴직 후에는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봉사활동을 하며 시간을 오롯이 활용하고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은 바로 자신이 서 있는 곳이다. 퇴직 후에도 '쓰일 곳'을 찾아 그의 행진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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