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창간 70주년 맞은 우리의 각오, 그리고 신공항

오늘로 매일신문이 창간 70주년을 맞았다. 온갖 감회와 격정, 그리고 아쉬움이 뒤섞인 날을 맞고 보니 과거보다는 현재, 현재보다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앞선다.

인간사 70년은 이제 흔한 일이 됐지만, 언론 외길의 70년은 그리 찾기 쉬운 일이 아니다. 오랜 역사와 전통은 신중함과 저력의 원천이라고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일 수는 없다. 겉모습과 허장성세(虛張聲勢)보다는, 지역민과 고통과 고민을 함께하는 일이 가장 중대하고, 긴급한 임무라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지금까지 얼마만큼 독자들의 이익과 지역 발전을 위해 노력해왔는지, 다시 한 번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지역 현실, 암울하지만 좌절은 안 돼

대구경북을 둘러싼 상황은 너무나 엄중하다. 경제는 물론이고 사회'문화 부문까지 허약하기 짝이 없다. 자부심과 근성은 지역민의 자랑거리였지만, 그마저 허물어지기 직전이다. 마치 피해 의식과 좌절이라는 유령이 지역을 떠돌아다니는 것 같은 상황이다. 그 가운데 지역민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것이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 사태다.

지역민은 지금까지 줄기차게 신공항의 필요성을 역설했고 매일신문이 그 일에 앞장서 왔다. 지역민의 염원이 한때 전달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정부의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얼토당토않은 꼼수에 의해 좌절됐다. 매일신문은 신공항 발표 다음 날인 6월 22일 자에 정부의 부당한 결정에 항의하는 의미로 1면을 백지로 발행했다. 종이신문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강도로, 지역민의 심정을 대변한 것이다.

서울에서 발행하는 신문과 방송은 신공항 문제에 대해 처음부터 '필요없다'는 식으로 부정적인 보도를 일삼으며 여론 조작을 시도했다. 신공항 발표 이후에도 '정부의 절묘한 선택', '최악의 지역갈등을 피한 모범사례', '고추나 말리는 지방공항'인 것처럼 보도했다. 서울에 기반한 언론은 전형적인 수도권 중심의 논리를 설파하는 것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옳을지 모른다. 이런 논조는 지역민의 진정성과 애절함을 배신하는 행위와 같다.

매일신문 1면 백지 발행, 지역민의 심정 대변

신공항 백지화 사태는 지역신문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는 계기로 자리매김했다. 지역신문의 존재 의의는 일관된 자세로 지역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며, 지역민의 심정과 논리를 대변하는 것임을 되새기게 됐다. 흔히 종이신문은 사양산업이라고 한다. 매일신문의 백지신문 발행에서 나타났듯, 종이신문은 여전히 강력한 여론 전달 수단이자 선전 수단임을 확인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렇다고 신공항 문제로 계속 좌절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우리는 오늘의 위기를 내일의 기회로 삼아야 지역의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 최상책이 실패했다면 차선책이라도 택해야 하고, 더 나은 결정을 해야 한다. 매일신문은 그 대안으로 대구공항의 확장과 대구경북민을 위한 관문공항을 만들어 줄 것을 정부에 끈질기게 요구할 것이고, 반드시 관철할 것이다. 그리고 정부의 김해공항 확장안이 잘못된 결정이었음을 비판하는 일도 계속할 것이다.

지역의 미래를 위해 우리가 앞장설 것

매일신문은 신공항 문제는 물론이고 지역민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것을 약속드린다. 매일신문은 지역의 미래를 위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대구경북인의 굳건한 기상을 잃지 않도록 헌신하고 봉사하는 임무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지역 발전을 위해 매일신문에 더 큰 애정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린다. 독자 여러분에게 옷깃을 여미고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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