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 음표 걸음걸이에 새치기하여 들어와 16분 음표 박자로 지상을 난타하는 빗줄기에 마음이 급해졌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은 빗방울과의 접촉을 꺼리며 몸을 바짝 움츠린 채 스쳐갔다. 세차게 내리는 비에도 불구하고 계획된 일은 취소될 수가 없었다. 동료 선생님이 세대 공감 인성프로그램을 추진하시는데 그 일을 거들어 자원 봉사 학생 20여 명과 북동초등학교 근처 노인정을 방문했다.
지난 5월 노인정을 방문할 때도 비가 오더니 두 번째 방문인 7월 첫날 또 비가 내렸다. 노인정 갈 때마다 공교롭게 비가 와서 걱정이 되었지만 봉사가 끝난 후에는 처마 끝 빗물이 마음에 깊은 홈을 내어 작은 우물 하나가 생긴 느낌이다.
아이들의 공연은 늘 정성이 가득하지만 완벽하지는 않다. 특별한 연습과 뛰어난 기교도 없이 매우 담백하다. 하지만 어르신들이 잠시나마 웃음꽃을 피울 수 있고, 조붓한 어깨를 들썩이며 탄성으로 공감하는 시간이 된다면 행복한 일이다. 또한 아이들은 노약한 어르신들을 위한 'Helper's High'의 실천이 얼마나 보람 있는 일인지 깨달으면 된다.
하버드 의대에서 수년 전 보수를 받고 노동을 한 학생과 보수를 받지 않고 무료 봉사활동을 실천한 학생들의 체내 면역 기능을 조사한 결과 무료로 봉사활동을 했던 학생들에게서 나쁜 병균을 물리치는 항생체와 면역기능이 증가한 것을 발견하였다. 이는 '마더 테레사 효과'라고도 알려졌는데 대가를 바라지 않는 봉사는 몸에 놀라운 이적까지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이런 사실을 알려 주면서까지 봉사를 하는 건 옳지 않다고 본다.
공연이 끝나고 아이 두 명과 어르신 두 명이 4인 1조로 모여 윷놀이를 하는 모습은 자못 치열하였다. "윷이다!" 외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이겨서 상품으로 국수를 타 가고자 안간힘을 쓰는 어르신들의 얼굴은 불그레하였다. 눅눅한 장마철에 아랑곳없이 노인정에는 갓 맑음의 생기가 넘쳐흘렀다.
판판이 승부욕 가득했던 윷놀이를 치르고 어르신과 아이들은 수박과 떡을 함께 나누어 먹었다. 붉게 잘 익어 단내가 나는 수박 한 덩어리는 놀랍게도 쉰 조각이 넘게 분배되었다. 이미 윷놀이로 친해져서인지 서로가 음식을 권하며 먹는 모습은 여느 집의 손주와 할머니가 함께하는 일상과 같은 풍경이었다.
'이런 일을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선생님, 사랑해요. 다음에 또 데려가 주세요.' 수업이 끝나면 학원 가기가 바빠 노는 일과 봉사활동 하는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는 아이들 틈에 풀꽃 같은 향기를 전해주는 아이의 메시지가 참으로 감동을 주는 저녁이었다.
댓글 많은 뉴스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