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지방은 서울의 봉?

'사방의 나그네로 서울을 지나게 되면 한성부(현 서울시) 아전과 일꾼들이 짐짝을 수색하고 뇌물을 받고 말기 때문에 상인들이 서쪽에서 삼남(충청 호남 영남)으로 갈 때 서울을 지나지 아니하고 양주에서 시흥으로 직행하고 삼남에서 서쪽으로 가는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조선시대 서울 밖 상인의 서울에서의 상행위는 엄격한 통제를 받았다. 다른 지역 상품의 서울 판매를 막기 위해서다. 서울 상인의 이권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서울 상인의 지방 상인에 대한 무시나 횡포는 무척 심할 수밖에 없었다. 1797년(정조 21년) 개성의 관리였던 조진관 유수가 남긴 이 같은 기록은 한 사례에 불과하다. 서울 상인의 지방 상인 차별처럼 신분 사회인 탓에 조선은 많은 차별을 당연시했다. 계층, 지역 간에도 갖가지 차별이 생겼다. 상인들 못지않게 선비들도 그랬다. 선비 사회에 풍미한 '서울은 귀(貴)하고 시골(鄕)은 천(賤)하다'는 바로 그런 풍조다. 조선의 모든 것은 서울 중심이었다.

조선이 오랫동안 내린 차별의 뿌리는 넓고도 깊이 박혔다. 35년간의 일제 식민지배를 벗어나 광복을 맞은 지 70년이 지났지만 지방에 대한 차별적인 홀대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서울 중심주의 사고는 더욱 깊어갈 뿐이다. 세상 일을 판단하는 잣대는 오로지 서울일 따름이다. 지방은 다만 생산기지 겸 소비지로 혹은 원전이나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쓰레기 매립장, 사드(THAAD)기지 같은 반갑지 않은 시설을 두는 곳으로 전락하고 있다. 말하자면 서울의 성장과 번영을 위한 후방기지로서 역할만 강조되고 함께 성장해야 할 그런 배려 대상에서는 아예 제외되고 있다. 지방은 바야흐로 소멸시대를 맞고 있다.

정부의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와 김해공항 확장 발표 이후 현상도 그렇다. 정부 발표를 반긴 곳으로는 서울의 언론상인 집단도 빠질 수 없다. 이들은 정부의 선택이 마치 솔로몬의 지혜에 버금가는듯한 제목으로 지면을 장식했다. 신공항 유치를 둘러싼 서병수 부산시장의 일방적인 합의 파기와 갈등 유발로 재미를 본 곳은 아마도 그들일듯하다. 언론 이권이 걸려서다. 따져 보면 서울 언론상인의 부동산과 다양한 자산은 대부분 서울 등 수도권에 몰려 있다. 돈과 사람이 전국으로 흩어지기보다 한곳으로 모이는 것이 그들의 자산 가치를 위해서는 보다 바람직한 일인지도 모른다. 지방은 서울의 봉과 같다. 지방엔 정녕 희망이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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