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털보 기자의 이슈 털기] <15>-(1)수도권 언론을 거부한다

"대구경북의 정당한 권리를 짓밟는 중앙지를 계속 구독해야 합니까?"

이번 주부터는 '수도권 언론을 거부한다' 는 시리즈로 수도권 언론의 지역이슈 보도 행태를 털어보고자 한다.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김해공항 확장안 결정)로 인해 대구경북 시도민은 또한번 좌절했다. 이와 관련 중앙일간지를 비롯한 다수의 수도권 언론은 '지방에 무슨 관문공항이냐' 는 논조를 펴 아픈 상처에 오히려 소금을 뿌렸다. 이명박 정권 때도 '공항지어 활주로에 고추 말려고 하느냐'는 비아냥식 보도로 공분을 산 데 이어 이번에도 '관문공항은 인천공항 하나면 충분하다'는 논조로 영남권의 4개 시'도(대구'경북'울산'경남)의 염원에 찬물을 끼얹었다.

수도권 언론의 지역 이슈에 대한 보도 행태는 중앙집권적 사고의 정부와 별반 다르지 않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추진해 온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대의명분에는 공감하지만, 막상 이해관계가 얽혔을 때는 철저히 수도권 이익을 대변한다. 공공기관 이전 혁신도시 건설, 수도권 규제 완화, 영남권 신공항 건설 등 중앙과 지역의 큰 이해관계가 얽힌 이슈에서는 지역 입장은 간데 없고, 약자를 약탈하는 표독한 늑대처럼 돌변해 온 게 사실이다. 이율배반적(二律背反)인 언론이 양두구육(羊頭狗肉) 기사를 양산하는 것과 뭐가 다를까.

이번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로 매일신문은 1면을 광고까지 뺀 '백지'로 발행해 지역민의 분노를 대변했다. 박수도 많이 많았고, 전국적인 화제도 됐지만 진정 달라진 것은 없다. 여전히 수도권 언론은 이런 지역민의 억한 감정에 아랑곳없이 '신공항 백지화는 잘한 결정'이라는 논조의 사설과 기사를 실으며, 대구시와 경북도가 주축이 된 '신공항 검증단'엔 콧방귀도 뀌지 않는 분위기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전국 10대 일간지들이 상대적으로 신문을 잘 만든다는 것은 인정한다. 지방신문은 촌스럽고 볼 게 없다는 얘기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대한민국 주요 취재원이 90% 이상 밀집된 서울공화국에서 그 정도도 못만들면 신문도 아니다.

그런데 지방을 바라보는 시각은 영 못마땅하다. 중앙 일간지들에게 지방은 과연 무엇인가. 중앙지들의 보도와 지방의 권익에 대해 냉철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역 이슈에 대해서는 비아냥거리거나, 애써 외면하는 중앙지의 논조를 생각하면 '지역민은 중앙지의 호구인가'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또 백화점 상품권, 자전거, 1년 무료구독 등 무차별적인 물량공세로 지역 신문시장을 혼탁하게 만든 장본인도 바로 수도권 언론이다.

며칠 전 사석에서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 사태에 관한 수도권 언론의 여러 보도 행태를 보면서 중앙지를 끊었다는 한 시민을 만났다. '중앙지들의 신공항 보도 논조' 등을 화젯거리 삼아 얘기하던 도중에 몇몇 지인들은 "중앙지를 보면 화가 난다"고 말했다. 그 자리에 있던 다른 시민은 "이참에 당장 내일부터 중앙지 구독을 끊겠다"고 말했다.

중앙지들은 대구경북에도 많은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대구경북의 주요 이슈나 이익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다. 중앙의 정치,경제 논리를 지역에 일방통행식으로 전달하는 수준에 머물 뿐이다. 대한민국 1등 신문을 자처하는 모 신문사는 아예 대구경북판을 없애 버렸다. 다른 10대 일간지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역뉴스는 마지못해 취급하는 형식이다. 지역에 근무하는 기자 2,3명이 대구경북 이슈를 어떻게 다 담아내겠는가.

수도권 언론의 지역 이슈 보도 행태와 지방을 왕따시키는 정부와 정치권 등을 보면서 지역발전, 지역문제, 지역권리는 지역민이 아니고서는 그 누구도 대신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털보기자가 이 코너를 빌어 칼을 빼들었다. 그동안 수도권 언론은 '지방'을 어떻게 취급해 왔나. 그 팩트를 추적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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