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토르에 영향 끼친 북유럽 신화…『그리스 신화밖에 모르는 당신에게』

그리스 신화밖에 모르는 당신에게/마크 대니얼스 지음/박일귀 옮김/행성B 잎새 펴냄

신화 하면 으레 그리스 신화를 떠올린다. 그러나 문명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나 신화가 존재한다. 거대한 문명은 물론이고 작은 부족사회에 이르기까지 인간 사회는 저마다 신과 영웅, 괴물에 관한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고대 인간은 삶과 죽음, 자연과 인간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과학이 아직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 사람들은 그 어려운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 신화를 만들어냈다. 까닭에 신화는 공동체의 여망이자,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며, 교훈이자 규범이었다.

신화에 관한 책은 많고 그 양도 방대하다. 이 책은 여러 문명권의 신화를 요약해 한 권의 책으로 묶어 소개한다. 그리스 신화부터 로마, 북유럽, 이집트, 수메르, 중국, 북아메리카 원주민 사회, 중남미, 오스트레일리아 신화와 마오리 신화까지 아우른다.

북유럽 신화는 스칸디나비아가 기독교화되기 전에 발전한 것으로 스칸디나비아, 독일 북부, 아이슬란드에서 전해온 이교도의 신, 영웅, 왕의 이야기들과 관련돼 있다. 바이킹이 유럽에 끼친 영향이 컸던 만큼 현존하는 북유럽 신화는 바그너의 악극 '니벨룽겐의 반지', 톨킨의 '반지의 제왕', 마블코믹스의 '토르' 시리즈 등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집트 신화는 대단히 복잡하다. 나일강을 비롯해 주변의 바다와 산, 사막 등 지리적 환경이 다양할 뿐만 아니라 하나의 문명이 오랜 기간 지속됐기 때문이다. 무려 2천500년 동안 18개 왕조가 고대 이집트 문화와 종교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고대 이집트인들에게 신화는 단순한 이야기 이상이었다. 신들에 관한 이집트인들의 전설은 태양, 달, 행성의 운행과 같은 우주적인 현상에서 비롯됐다.

중국에는 백사 여인의 전설이 수천 년 동안 전해 오고 있다. 항저우 서호에 사는 흰 뱀과 초록 뱀은 도술을 연마한 끝에 영생불멸을 얻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둔갑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됐다. 비 오는 날 흰 뱀 여인은 우연히 호수의 부서진 다리 위에서 수 시안이라는 젊은 남자를 만났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

두 사람은 혼인한 후 약방을 차려 아픈 사람을 치료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파 하이라는 승려가 나타나 신부가 뱀이라는 충격적인 비밀을 알려주고, 묘약을 먹이라고 한다. 승려가 건네준 묘약을 먹이자 흰 뱀 여인의 도술 힘이 약해지고, 다시 뱀의 모습이 드러나고 만다. 충격을 받은 수 시안은 그 자리에서 죽고 만다. 특별한 약초의 도움으로 되살아나지만 이번에는 승려가 남자를 사찰에 가두어 버린다. 이후 흰 뱀 여인과 초록 뱀 여인은 승려와 싸움을 벌이고, 승려를 쫓아내고 부부는 다시 만난다. 그러나 이번에는 승려가 흰 뱀 여인을 뇌봉탑에 가두어 버린다. 이 전설은 소설, 영화, 연극, 컴퓨터 게임 등 다양한 버전으로 등장, 많은 갈래를 열며 상상력을 자극했다.

북아메리카 원주민들의 문화는 자연과 영적인 조화를 중시하고, 본질적으로 대지와 깊이 결합되어 있다. 까닭에 북아메리카 신화에는 동물들이 자주 등장한다. 원주민들은 모든 생명체는 각자 영혼을 지니고 있으며, 그 영혼들이 전체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들이 살아가는 대지가 모든 생명체 속에 있다고 보기 때문에 먹을 것을 얻기 위해 사냥을 하더라도 동물들의 영혼에 감사를 표시한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신앙과 전통은 다양한데, 공통적으로 '무지개 뱀'이라는 신이 등장한다. 형태도 다르고, 이름도 제각각이지만 보통은 생명의 원천인 물과 관련되어 있다. 이 무지개 뱀은 오스트레일리아 전역에 등장하는 규율, 풍습, 토템 문화와 연관되어 있다. 신화를 읽으면 재미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 문화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지은이 마크 대니얼스는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고전학과 언어학을 공부했다. 고전과 고대 세계, 현대문학 분야의 프리랜서 기고자이자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256쪽, 1만4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