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만을 위한 가덕 신공항을 주장해 신공항 사업 자체를 무산시킨 부산이 경북도가 추진 중인 원자력 클러스터 사업의 핵심인 원자력시설해체기술종합연구센터(원해연) 유치에 또다시 훼방꾼으로 등장했다. 경북이 사활을 걸고 있는 '원자력 클러스터'와 유사한 '원자력경제특별구역'(원자력특구)을 올해부터 본격화한다며 원해연 유치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경북과 부산이 대립할 경우 정부가 신공항처럼 백지화하거나 무기 연기하는 등의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경북도가 원자력 클러스터 기본 계획을 수립한 것은 이미 6년 전이다. 국내 가동 원전 24기 중 12기가 몰려 있는 만큼 지난 2010년 사업비 13조5천억원(국비 13조원)을 들일 '원자력 클러스터' 조성이라는 초대형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원전 집적지 경북에 원자력 연구개발 인프라와 인력 양성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이었다. 원해연 유치는 이 같은 원자력 클러스터의 세부 사업 중 하나로 추진됐다. 모두가 기피 시설로 낙인찍은 국가 원전 프로젝트의 최대 협조 지역이자 희생지역으로 조금이나마 보상을 받으려는 시도였다. 경북도는 가장 유력한 원해연 부지로 경주를 밀고 있다.
정부 또한 이에 공감했지만 부산이 뛰어들며 국책사업이 또 엉키게 됐다. 부산시가 올 들어 원전 밀집지역인 기장군 일원에 '원자력경제특별구역' 지정을 본격화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원자력특구'는 경북도가 추진하는 '원자력 클러스터'의 다른 이름일 뿐 추구하는 바는 사실상 같다. 원전 관련 산업 육성, 원자력 관련시설 집적화'시너지를 낸다는 내용 등은 대동소이하다. 두 지자체가 원해연 유치를 두고 경쟁을 벌이자 정부는 신공항 때와 마찬가지로 백지화 후 재검토 절차를 밟는 등 피해는 이미 현실화했다.
경북이 치고 나가자 부산이 뒤늦게 뛰어들어 빼앗아 가겠다는 심보도 고약하지만, 국책사업을 여론 눈치만 보며 차일피일 미루는 정부의 태도도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국책 사업 유치를 둘러싸고 지자체 간 갈등을 빚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선진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차이가 있다면 정부의 갈등 조정 역할이다. 지자체 간 갈등을 이유로 꼭 필요한 국책사업을 백지화하고 무기 연기하는 정부라면 스스로 존재의 의미를 내려놓는 것이 낫다. 원해연은 경북에 유치돼야 하고 정부는 그 역할을 더 이상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댓글 많은 뉴스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