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 손자를 안은 주름진 손, 그러나 할머니의 표정은 그 어떤 표정보다 환하다. 딸아이를 보는 우리 엄마의 매일처럼 말이다. 하지만 나를 키울 적에 엄마는 늘 도깨비였다. 뿔이 나고 얼굴이 벌건 그 도깨비의 형상과 닮았다.
칭찬받은 기억은 찾을 수가 없고, 혼난 기억은 아직도 선명하다. 엄마가 집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나는 발을 동동 굴렀다. 엄마의 동선을 따라 내가 저지른 만행들이 하나둘 들통 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가린다고 가리고, 치운다고 치웠는데도 우리 엄마는 그 모든 걸 옆에서 본 듯 다 알아냈다. 그래서 늘 내게 엄마의 귀가 시간은 혼나는 시간이라는 공식이 존재했을 정도. 그런데 지금의 손녀를 바라보는 할머니의 표정에는 웃음과 미소만 가득하니, 문득문득 배신감이 목 밑까지 차오를 때가 있다.
크고 보니 당시의 엄마 마음을 이해는 한다. 한두 명에 불과한 요즘과 달리 한 집에 자녀가 서넛도 흔했던 시절이다. 그 많은 자녀들 뒤치다꺼리, 가사일은 당연히 엄마의 몫이었다. 아빠가 하는 일이라고는 거나하게 술 한잔 드시고 와서 그대로 뻗어 주무시는 일. 그러니, 집안 꼴은 어떠했을 것이며 엄마의 속은 오죽했을까.
아이를 낳고 '엄마처럼'은 되지 말자고 마음먹었다. 다정하고 상냥한 엄마의 모습을 목표로 하고 아이를 품에 안았다. 하지만 출산 후 6개월 뒤, 자지 않고 보채는 말도 못하는 아이를 앞에 두고 '내게 왜 그러냐'며 분통을 터트렸고 목표 달성은 일찌감치 실패했다. 그리고 그 아이가 지금 10살. 내 일이 힘들거나, 내 마음이 힘들 때 아이에게 순간순간 화를 내는 내 모습은 '도깨비'보다는 유하지만 전원 누르자마자 끓는 '주전자'와 무척이나 닮았다.
그런 나에게서 아이를 분리해 다독이고 보살피는 순도 100% 사랑, 할머니의 지극한 사랑이다. 매일 빠짐없이 듣는 할머니의 말! 말! 말! '내 새끼''예쁘다''잘한다'는 과거 자신이 힘들 때 잊은 자녀에게 주지 못한 사랑에 대한 미안함과 안타까움의 다른 말들임을 이제야 깨닫는다.
2012년 小史
▷첫 여성 대통령 박근혜 당선=박근혜 후보가 12월 제18대 대통령선거에서 한국의 첫 여성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5~9대 대통령을 지낸 박정희의 딸이며, 제15~19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안철수 신드롬=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부터 시작되었던 '안철수 신드롬'이 이어졌고, 그는 9월 19일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하지만 66일 만(11월 23일)에 대선 후보에서 사퇴했다.
▷성범죄, 강력범죄 잇따라=성범죄, 강력범죄가 많았다. 이에 따라 경찰 수 증대, 불심검문 부활, 전자발찌 강화, 화학적 거세, 아동청소년보호법 등 다양한 대책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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