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말도 안 되는 작전이다."
영국 공군은 1943년 독일 루르 지방의 군수공장들을 마비시키는 작전을 세웠다. 군수공장들은 계곡에 위치한데다 대공포의 엄호를 받고 있어 폭격이 불가능했다. 고심 끝에 공장 지대 상류에 있는 공업용수 및 발전용 댐을 폭파하기로 했다. 이때 만들어진 것이 도약 폭탄(bouncing bomb)이다. 무게 2천720㎏에 드럼통 모양의 이 폭탄은 물수제비처럼 물 위를 튀면서 댐 벽에 명중시키는 방식이었다. 공군 수뇌부는 처음에는 완강하게 반대하다가 '어차피 만든 폭탄이니 한번 써보기나 하자'는 심정으로 작전을 허가했다.
랭커스터 폭격기 편대는 물 위를 낮게 날아 도약 폭탄을 투하했다. 폭격기 19대 중 8대가 격추되는 악전고투 끝에 콘크리트 댐을 폭파하는 데 성공했다. 댐이 무너지면서 루르 공업지대는 황폐화됐고, 조종사들은 전쟁영웅이 됐다. 영국 영화 '댐 버스터'(1954년)는 이 실화를 다룬 걸작이다.
수공작전은 전쟁사에 수없이 등장하지만, 영국 공군만큼 완벽한 성공을 거둔 사례는 많지 않다. 을지문덕의 살수대첩과 강감찬의 흥화진 전투가 유명하지만, 완벽한 수공작전은 아니었다. 방죽으로 물을 막아놓았다가 터트려 적군이 놀라 우왕좌왕할 때 기병으로 공격한 보조 전술이었다.
옛날 전장에서 성을 포위 공격할 때, 수공이 자주 사용됐다. 삼국지에 조조가 198년 서주의 하비에서 기수와 사수의 물줄기를 돌려 성을 물바다로 만들어 여포군을 격파했고, 204년 업성에서 장수의 물을 끌어들여 성을 함락시켰다고 나와 있다. 일본에서는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수공의 대가였다. 1582년 다카마츠성(高松城)과 1585년 오타성(太田城) 포위 공격 때 성 주위에 제방을 쌓아 물 폭탄을 터트리는 작전을 썼다.
손자병법에 '수공은 적의 공격을 절단하고 퇴로를 차단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승리를 쟁취할 수는 없다'고 했다. 자연환경, 지형 등 여러 조건이 갖춰져야 벌일 수 있는 어려운 작전이다.
북한이 6일 황강 댐을 예고 없이 방류한 것을 두고 수공인지, 아닌지 논란이다. 2009년에 댐 방류로 6명이 죽었으니 가볍게 넘길 일은 아니다. 옛날 전장에서나 쓰던 '수공'이란 말이 나온 것만으로도 우리 민족의 불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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