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 '배우고 때로 익히니 기쁘지 아니한가'라고 했다. 그러나 성인(聖人)이 아닌 다음에야 공부가 항상 즐거울리 없다. 넉 달여 앞으로 다가온 대입 수능시험이나 직장 내 승진시험, 각종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이라면 공감 100%일 것이다.
그럼에도 공부는 '본능'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모든 인간은 태어나면서 지식을 갈구한다'(All men naturally desire knowledge)라고 갈파한대로다. 우리가 속한 사회와 자연이 궁금하고, 누구나 '나는 누구인가'는 화두를 안고 살기 때문이다.
각급 학교의 방학이 곧 시작한다. 직장인들이라면 1년에 한 번뿐인 휴가가 기다려질 때이다. 아직 뚜렷한 계획이 없다면 책과의 '밀당'을 올 여름 목표로 세우면 어떨까? 이른바 이학치열(以學治熱)이다. '멋져요! 한 권 더 자란 당신'(2016 독서의 달 슬로건 공모전 대상작)이란 칭찬을 스스로에게 해줄 수 있도록.
이상헌 기자 davai@msnet.co.kr
◆독서는 선택 아닌 필수
독서는 습관이다. 적어도 주부 김명랑(49'대구 수성구 범물동) 씨에게는 그렇다. 대학생 시절에도 가까이하지 않던 서양 고전을 10년째 공부하고 있다. 요즘은 18세기 '미국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정치인들이 작성한 헌법 해설본 '페더럴 리스트 페이퍼'(federal list paper)를 읽는 중이다. 한마디로 '드라마 대신 책 좀 읽는 여자'다.
그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온전히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갖고 싶다는 생각에 책을 잡았다"고 했다. 독서 습관을 갖게 된 비결은 "하루에 1, 2쪽이라도 마음 편하게 꾸준히 읽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씨는 "책에서 얻은 지혜들이 자녀 교육에도 적잖게 도움이 된다"며 "독서 모임 활동이 초보자들에게는 도움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미디어 관련 사업을 하는 김진수(50) 씨는 헌책방을 둘러보는 게 취미다. 메고 다니는 가방에는 항상 책이 들어 있다. 분야도 가리지 않는 '잡식성'이다. 최근에는 김영현 씨의 '길에서 길을 묻다', 제레미 리프킨의 '3차 산업혁명', '천부경' 등을 읽었다. 좋은 책을 읽고 나면 여러 권을 구입해 지인들에게 선물하기도 한다. 김 씨는 "친구들과 만나 책 이야기를 하면 '그래, 너 잘 났다'고 핀잔을 듣기 일쑤"라면서도 "책은 다른 사람의 지식과 의견을 배우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좋은 친구"라고 강조했다.
◆틈새 공부도 도움
지난 6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의 북카페 '나그놀'. 한낮의 따가운 햇살을 피해 숨어든 '책벌레'들이 독서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인근 사무실의 직장인, 대학생들 사이에 차 한 잔 하면서 조용히 책을 읽을 수 있는 곳으로 꽤 알려진 곳이다.
뉴에이지 음악이 나직이 흘러나오는 서가에는 자기계발서, 소설, 만화책 등이 골고루 꽂혀 있었다. 일부 손님은 가져온 노트북으로 인터넷 서핑을 하거나 두꺼운 수험서와 씨름했다. 한 무리의 여고생들은 무심코 들어왔다 뜻밖의 '적막'에 놀라 서둘러 빠져나가기도 했다. 이곳 이은주(27) 대리는 "근처 학원에 다니는 '공시족'이나 '샐러던트'(취업 후에도 계속 공부하는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다"며 "책을 카페 내 유료 사물함에 넣어두고 틈날 때 오는 손님도 있다"고 전했다. 또 "직장'학원을 마친 뒤에 와서 밤 10시 카페 문 닫을 때까지 '열공'하는 손님도 종종 본다"고 귀띔했다.
대구 북구에서 수학학원을 운영하는 정해민(49) 씨도 짬날 때마다 책을 읽는 독서광이다. 고전과 함께 심리학'교육학'신학 서적을 즐겨본다. 세상의 중심이 과연 나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으러가 책을 가까이 하는 이유다. 물론 그의 '짬짬이 공부법'을 물려받은 자녀들도 식탁에서 아빠와 토론하기를 즐긴다. 대구 생활 13년째라는 그는 "서울에 비해 덜 쫓기는 대구가 책 읽기에 훨씬 낫다"며 "여름휴가에도 책 몇 권을 꼭 챙겨갈 생각"이라며 웃었다.
◆책을 들어볼까?
책은 눈으로 읽는 것이란 고정관념도 바뀐다. 귀로도 독서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세상이다. 대구 수성도서관은 오는 8월부터 '소리 도서'를 보급할 예정이다. 자원봉사자들의 책 내용 녹음을 CD에 담는 방식이다. 특히 일반 도서처럼 대여도 가능해 책 읽기를 불편해하는 노인층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성도서관 관계자는 "저작권 때문에 우선은 대구문인협회에서 허가한 향토 작가들의 수필, 동화가 중심이 될 것"이라며 "목소리 자원봉사자는 현재 39명이 신청한 상태인데 앞으로도 모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습관은 타고나기도 하지만 의지를 가지고 만들어 가는 것이기도 하다. 어떤 이유에서건 그동안 책을 멀리했다면 스스로 노력해야 정신적 풍요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다. 도서관에 가든, 서점에 가든, 아니면 전자책'소리책을 읽든 일단 움직여야 한다. 전 계명대 교육학과 교수인 신득렬(72) '대구 파이데이아 아카데미아' 원장은 "문명사회의 일원이 되려면 독서, 여행, 만남의 세 가지 방법이 있는데 그중에서 책은 가장 적은 경비가 드는 길"이라며 "인생 공부에서 독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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