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설득시켜 주세요'
우리 교육이 비정상적으로 과열된 원인이 부모가 자식을 통해 대리 보상을 받으려는 한(恨)풀이 교육 구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 사회는 입시 지상주의 교육관에서 벗어나지 못한 부모들이 자신의 교육적 소원을 자식을 통해 성취하려는 한풀이 교육 문화가 고착화되어 있는 것 같다. 대학 입시에 모든 교육 활동이 집중되면서 입시의 성공과 실패가 마치 인생의 성공 또는 실패인 것처럼 비약되고, 직업 선택조차 자아 성취의 의미가 아닌 입시 성패의 결과로 인식하고 있다. 대학 진학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학생들은 학업을 포기하고 학교마저 이들을 포기하는 좌절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왜곡된 우리 교육 문화를 바꾸기 위해 부모들의 교육관 변화가 필요할 뿐 아니라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
매년 학년 말이면 2학년 직업과정 위탁생 모집 시기에 반복되는 진로진학 상담. 평소 쾌활한 성격에 운동을 좋아하지만 학업에는 영 관심이 없는 2학년 K군이 찾아왔다. K군은 중학교 때 학업보다는 기술 계통에 관심이 많아 특성화 고등학교에 진학하려고 했으나, 대학 진학을 해야 한다는 부모님의 반대로 자신의 꿈을 접고 무작정 인문계 고등학교로 진학한 학생이다. 학업에 관심과 흥미가 없었던 2년간의 고등학교 생활을 진지하게 고백하는 K군. 대리 보상을 받으려는 엄마의 성화에 입시 학원과 독서실을 열심히 다니는 척했지만 시간과 금전적인 낭비였으니 그동안의 갈등과 회한이 어떠했을까? K군은 자신의 현실과 장래 진로에 대해 고민했던 흔적이 역력했다. 직업과정의 장'단점을 얘기하고 미래 직업에 대한 상담을 하던 중 K군은 "선생님! 우리 엄마 좀 설득시켜 주세요"라고 말했다. 이미 부모님과 충분히 상의했지만 엄마의 한풀이 교육 의식은 직업과정이 쉽게 용납되지 않으셨던 것 같았다. 며칠 후 특수용접 기술을 배우겠다는 K군과 진로실에서 직접 어머니와 장시간 전화 상담을 했다. 학생이 처해 있는 현실과 대학 입시 등에 대해 설명하며 "학생이 원하고 좋아하는 길을 같이 안내합시다"라고 설득했다. 긴 한숨을 토해내는 K군 어머니의 심정을 이해하면서 갑자기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가 우리 교육 문제에 대해 예리하게 지적한 '미래에는 전혀 필요하지 않을 지식을 가르치기 위해 그리고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학생들을 교실에 가두어 놓고 있다'는 말이 뇌리를 스쳤던 것은 왜일까?
모 직업전문학교에서 특수용접을 전공하는 K군. 오늘도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의 교집합을 찾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으리라. 매월 1, 3주 월요일 아침, 원적교로 등교하는 친구들과 함께 "선생님! 안녕하십니까?"를 외치며 당당하게 진로실로 향하는 K군. 저토록 자신감 넘치고 자신을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을 예전에는 보지 못했었다. 진정 뭔가 하고 싶었던 일에 만족하며 당당하게 자신의 꿈 벽돌을 쌓아가고 있는 K군의 도전 정신에 찬사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K군에게 직업이란 단순히 '앞으로 살아가면서 할 일'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왕 하는 일이라면 재밌고 뿌듯하길 바라본다. 한때 점수 1, 2점에 일희일비했던 아련한 지난날에 미소 지으며, 이제는 학생들의 꿈과 끼를 터치하는 교사 본연의 자세로 돌아온 것에 무한한 자부심과 긍지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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