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쟁에 상정도 못 한 법안 수두룩
국회의장이 직권 상정하는 결단도 없어
대통령에게 욕설한 인사 20대 국회 입성
여당 깨지고 야당 무너진 앞날이 캄캄
20대 국회가 열렸으니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가 마땅히 시작돼야 하는데 이 나라의 정치적 현실은 그렇지가 못한 것 같아서 걱정스럽다.
정당 지도자들이 입을 모아 '경제와 안보는 여야가 없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게 된 지도 오래됐지만 말만 그렇다. 여야가 격돌하여 시급한 법안이나 법령이 계류 중이거나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는 비극은 어제오늘 시작된 것이 아니어서 오늘 정치인들의 이중성 내지는 무책임함을 개탄하게 된다.
여야가 합의를 보지 못해 본회의에 상정도 해보지 못하는 법령이 수두룩한데, 의장이 직권으로 상정하여 물의를 일으키면서라도 통과시키는 그런 일은 거의 없다. 여당에서 나온 국회의장도 "내가 미쳤다고 그런 짓을 하겠는가" 하는 그런 자세이기 때문에 어떤 법안도 상정도 되지 못했고 일반 국민만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20대 국회에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의장이 선출되었기 때문에 이러고 저러고 할 필요도 없다. 새 의장이 어떻다는 것은 우리가 잘 알고 있다. 지난번 총선에서 여당은 122대 123으로 야당인 더민주에 패배하고 말았지만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당선된 주호영이나 유승민 같은 사람들은 새누리당을 떠날 수 없는 인물들이기 때문에 그런 '억울한'사람들 5, 6인이 조속한 시일 내에 복당하도록 권유했으면 여당이 오늘 같은 창피한 꼴은 면할 수가 있었다. 친박과 진박(眞朴)이 똘똘 뭉쳐서 비박과 반박(反朴)을 도려내고 가까이하지 않으려는 바람에 옥신각신하다가 이렇게 된 것 아닌가.
청와대는 정치에는 매우 무관심한 권좌로 바뀐 것 같다. 여당인 새누리당 내부에 친박'진박'비박'반박 등 4등급이 엄연히 존재하는데 그래도 좋다고 생각하면서 대통령으로서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기는 어렵다. 20대 총선에 있어 이한구가 등장하여 새누리당 공천이 잘못되었고 그것이 참패의 원인이었다고 우리는 믿고 있지만, 그 사람은 대통령으로부터 꾸지람 한 번 들은 적이 없는 것 같다.
경제도 크게 발전시켰고 안보도 튼튼하게 할 수 있었던 박정희는 군대를 잡고 있었을 뿐 아니라 국회도 그의 손아귀에 있었다. 심지어 법원도 그의 뜻을 거역하는 판결을 내릴 수 없었다. 그것은 독재가 아닌가? 후진국의 경제를 급속도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개발독재'가 필요악이라고 주장하는 정치학자들도 있다. 싱가포르의 리콴유도 이런 유의 독재자가 아니었는가? 리콴유의 개발독재도 박정희의 개발독재와 비슷하다. 그러나 두 사람 다 개인적으로 치부하고 축재하는 그런 일은 없었다. 그래서 그 두 사람은 다 국민의 존경을 받을 만한 인물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박정희 18년의 통치에는 중앙정보부가 막강한 힘을 지니고 거기 있었다. 누구라도 박정희에 대한 안 좋은 말 한마디라도 하면 즉시 중정의 요원이 찾아와 따지고 들었다. 공화당에 재정을 책임졌던 김성곤도 박정희 눈 밖에 나는 순간 남산에 끌려가 무엇인가 머리에 덮어씌우고 수염을 뽑았다는 소문도 파다하였다.
대한민국의 한 사립대학 역사교수에 지나지 않았던 나 같은 사람도 "유신헌법은 민주적 헌법이 아니다"라고 학생들에게 가르친 죄목으로 징역 15년 자격정지 15년의 중형을 언도받고 안양교도소에서 복역하다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풀려난 뒤에도 교수직은 박탈당해 10년은 무직'낭인'백수건달로 살아야만 했다. 그러나 나는 국가에 대해 보상을 요구하지 않는다.
박근혜에게는 그런 중앙정보부가 없다. 세월호 침몰의 책임을 지라고 아우성이지만 칼 들고 나서는 자는 주변에 한 사람도 없다. 하기야 선덕여왕보다도 더 아름다운 여성 대통령 박근혜를 두고 "이Ⅹ 저Ⅹ" 하고도 아직 살아있는 인간이 있다. 그자가 다시 20대 총선에 당선되어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나타난 것을 보고 대한민국이 망하지 않는 것이 기적이라고 느껴졌다.
여당도 깨지고 야당도 무너진 이 정치 없는 대한민국을 대통령은 어떻게 수습하겠다는 것인가? 앞이 캄캄하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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