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혹행위 가해·피해 병사 한 부대 근무?

해병대 군수단 '분리 원칙' 위반…다른 부대로 전출, 공교롭게 만나

가혹 행위를 당한 병사와 가해 병사가 한 부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군은 '병역 악습 사고 발생 시 조치 매뉴얼'에 따라 구타'가혹 행위 가해 병사와 피해 병사가 발견됐을 때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이들을 떨어뜨려 놓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보복성 구타'가혹 행위를 예방하려는 조치로, 군부대에선 '분리원칙'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지난 4월 17일 드러난 해병대 군수단 내 가혹 행위에서는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

11일 군 당국에 따르면 지난 3월 해병대 군수단 포항 한 부대에서 A상병 등 병사 4명이 B일병을 국방마트(PX)로 데려가 빵, 과자, 음료 등을 강제로 먹였다. 소위 말하는 식(食)고문이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지난 4월 군 당국은 설문조사 등을 해 가혹 행위 내용을 확인했으며, 영창'휴가 제한'근신 등 조치를 내렸다. 또 군 당국은 일단 '분리원칙'을 적용, 이 둘을 분리했다.

하지만, 두 사병은 지난달 중순 같은 부대에서 또다시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A상병이 다른 부대로 전입한 이후 B일병도 뒤따라 다른 부대로 전입하는 과정에서 공교롭게도 같은 부대에 배치된 것이다. 당시 B일병은 자신의 친한 친구가 있는 부대로 배치되길 희망했고, 부모 또한 원해 해당 부대에 배치됐지만 결과적으로 가해'피해 병사들이 한 부대에 근무하게 됐다.

생활반과 소대가 서로 다르고 장교'간부의 감시가 철저하게 이뤄진다고 해도 동시에 진행되는 훈련'교육 등의 감시 사각지대에서 보복성 가혹 행위가 벌어지지 않으리라고 장담하지 못한다는 것이 군 경험자들의 한목소리다.

현재 A상병은 B일병에 대한 성추행 혐의가 추가로 확인돼 지난 1일 검찰에 송치, 후속조치로 다시 다른 부대에 전출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둘이 벌써 한 달 가까이 같은 부대에 근무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해병대 관계자는 "B일병 부모에게 해당 부대에 A상병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분리원칙을 설명했지만, 강력히 희망해 같은 부대에 배치됐다"며 "A상병을 다른 부대로 배치하려 해도, 한차례 부대를 옮긴 터라 당장 다시 부대를 옮기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