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 어린이 사진전 60돌 기념 회고전] <58회> 입상 김경희 작 '엄마 왜 거꾸로

거꾸로 매달려 하늘을 보는 색다른 즐거움

매일전국어린이사진전 제58회 입상 김경희 작
매일전국어린이사진전 제58회 입상 김경희 작 '엄마 왜 거꾸로 서 있어'(2014년)

예나 지금이나 학교 운동장에는 세상을 거꾸로 세워 놓는 신기한 운동 기구가 있다. 그 녀석의 이름은 철봉. 키가 작아 철봉에 매달릴 무렵에는 온몸의 힘을 팔에 모아 철봉에 목을 올려놓으면 천하장사가 된 듯 의기양양해지곤 했다. 그러다가 키가 조금씩 자라 철봉에 두 팔을 뻗어 매달리면 땅에 다리가 닿게 되는 시절이 오면 대신 무릎을 걸어 거꾸로 매달리는 색다른 즐거움과 만나곤 했다.

그 즐거움의 제일은 철봉에 매달리면 평소에는 머리를 들어야 볼 수 있는 하늘이 눈에 차다 못해 마음까지 차오른다는 점이다. 내 발아래 놓인 하늘에는 땅을 채운 빽빽한 건물, 빵빵거리는 차, 바쁜 듯 걸어가는 사람. 눈을 번잡스럽게 하는 것들이 사라지고 오로지 푸른 하늘과 간간이 떠 있는 흰 구름이 가득하다. 마음이 나도 모르게 편안해진다. 그래서 어린 시절 엄마에게 혼이 날 때면 우는 대신 철봉에 매달려 원숭이처럼 내 기예를 자랑하기도 하고, 그러다 힘이 부족하면 철봉에 매달려 하늘을 바라보기도 했었다. 심지어 매달려 울면 눈물이 그대로 눈에 들어가 울고 싶어도 울 수 없다는 장점까지 있었으니, 이만한 위로 공간을 어디서 찾겠는가.

하늘을 내 발아래 둔 그때 그 시절이 어느덧 30년이 훌쩍 넘고 이제는 여러 이유로 철봉 매달리기는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 우선 초등학교 운동장의 철봉은 매달리기에 너무 낮아져 버렸다. 또한 그때처럼 사뿐하게 매달릴 수 있는 중량도 아니요, 근력도 부족하다.

다만, 그때의 나처럼 가볍고 다부진 내 아이가 '엄마, 제가 여기서 오래 매달릴 수 있어요'라며 철봉에 매달려 나를 부르는 모습에 흐뭇해할 뿐이다. 하지만 아이가 거꾸로 매달려 보겠다고 버둥거릴 때는 감상은 금물, 급히 달려가야 한다. 아이의 머리카락 속에 촘촘히 박힐 모래 청소가 귀찮아서, 떨어지더라도 받쳐줄 든든한 안전망이 여기에 있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서.

하지만 정작 잊은 게 있었다. 거꾸로 본 너의 세상 속 하늘은 어떤 모습이었느냐는 질문 말이다. 아이가 본 풍경에 어떤 생각이 담겨 있는지 다음에는 그것부터 챙길 생각이다.

◇2014년 小史

▷세월호 사건=4월 15일 인천 연안여객터미널을 출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청해진해운 소속)가 4월 16일 전남 진도군 병풍도 앞 인근 해상에서 침몰했다. 탑승객 476명 가운데 172명만 생존했고, 300여 명이 넘는 사망'실종자가 발생했다. 당시 배에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난 경기도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 324명이 탑승해 어린 학생들의 희생이 많았다.

▷한중 FTA 타결=한국과 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2014년 11월 실질적 합의에 도달했다. 2015년 6월 협정문에 정식 서명했고, 12월 20일 공식 발효되었다.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12월 5일 대한항공 오너 일가인 조현아 전 부사장이 이륙 준비 중이던 기내에서 땅콩 제공 서비스를 문제 삼으며 비행기를 되돌려 수석 승무원을 하기시키는 사건이 발생했다. 언론을 통해 사건이 공개되면서 재벌가 갑질 논란을 촉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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