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통합 경북체육회 관변단체로 전락하나

핵심 2개 부서장에 특정 인사 '낙하산'…정부 무리한 체육단체 통합 부작용

박근혜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엘리트와 생활체육단체의 통합이 지방자치단체에서 왜곡돼 여러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통합 체육단체가 지방자치단체에 더 예속돼 관변단체화되고 자치단체장들의 선거 조직으로 변질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최근 통합 체육단체로 출범한 경상북도체육회가 추진하는 조직개편과 인사를 들여다보면 이는 명확하게 드러난다.

경북도는 통합 경북체육회의 조직을 정비하면서 '2부 6팀' 제도를 채택했다. 문제는 핵심 2개 부서장에 경북도에서 명퇴한 간부와 기존 엘리트 체육회의 특정 인사를 앉히려는 데 있다. 경북체육회 실무 총책임자인 이재근 사무처장이 경북도의 '낙하산 인사'인 데다 또다시 도에서 퇴직 공무원을 2인자 자리에 앉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체육회 직원들과 체육인들은 반발하고 있다.

이 같은 일은 근본적으로 체육단체 통합을 무리하게 추진한 정부의 정책 변경에서 비롯됐다. 정부는 애초 시'도와 구'군 등 모든 체육회장을 민간인에게 맡기기로 했다. 이전 엘리트 체육단체는 시장'도지사가, 생활체육단체는 민간인이 회장을 맡아왔으며 구'군의 체육회장도 대다수가 민간인이었다.

하지만 회장 자리를 빼앗기게 된 시'도의 반발로 체육단체 통합 작업이 난관에 막히자 정부는 시'도의 체육과장들을 한 자리에 모아 회장 자리를 단체장에게 양보했고, 이를 조건으로 상금을 내걸고 시'도에 이른 시일 내의 통합을 주문했다. 이 덕분에 외관상으로 체육단체의 통합이 이뤄졌지만 경북도처럼 자치단체가 체육회를 지배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경북도는 규모가 커진 통합 체육회의 안착을 위해 타 시'도의 여러 안을 검토한 끝에 '2부 6팀' 제도를 채택, 현직 과장(4급)을 한 차례에 한해 부서장으로 파견하기로 했다. 하지만 밀실 인사가 추진되면서 부서장 자리는 퇴직 공무원으로 바뀌었다. 또 다른 부서장에는 나이와 입사 시기, 과장급 승진 시기 등에서 큰 차이가 나는 후배가 파격적으로 승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체육단체의 기관 예속화는 경북지역 시'군에서도 그대로 시행됐다. 상주시를 제외한 22개 시'군이 시장과 군수를 새로 출범한 체육회장으로 선임한 것이다. 상주시는 시장과 민간인을 공동 회장으로 두고 있다. 전국적으로도 서울시를 제외한 광역자치단체가 시장'도지사를 체육회장으로 두고 있다.

경북체육회 한 임원은 "통합 체육회의 임원이지만 뭐로 봐도 이번 체육단체 통합은 잘못된 것 같다. 엘리트, 생활 체육인 모두 불만을 표시한다"며 "앞으로 경북체육회와 시'군체육회는 철저히 선거조직이나 자치단체를 대변하는 관변단체로 전락할 것 같다"고 했다. 다른 체육계 인사는 "자치단체들이 예산을 볼모로 체육회를 지배하려고 한다. 민간인이 맡았던 생활체육회 조직을 흡수 통합하면서 더 날개를 단 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런 폐단이 알려지면서 국회에서는 지방자치단체법을 개정해 자치단체장의 체육회장 겸직을 제한할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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