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무서운 동네, 대구. 하지만 40년 정도 살다 보니 다른 지역에 가서는'이쯤은 뭐 참을 만하다'는 대구시민의 더위 자부심을 나도 모르게 온몸에 장착하고 있다. 2016년 5월에 벌써 30℃를 훌쩍 넘긴 '대프리카'지만, 내 기억에 1994년 더위만큼 강력하지는 않다.
94년도 더위가 어느 정도였는지 기록을 살펴보면, 당시 최고기온 40도 찍고 관측 이후 가장 더운 날씨를 자랑(?)했다. 심지어 여름철 내내 30도를 웃돌았다. 낮 최고기온이 30도 이상인 날이 무려 30일, 35도가 넘는 날도 24일이나 돼서 당시 대구의 낮 최고기온은 평균 36도를 기록했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교마다 '조기 하교령'이 내려졌다. 당시 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고3이었다. 고3 입시를 앞둔 여름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다들 익히 알지 않는가. 그런데 집에 가라니…. 생각해보면 학교에는 더위를 막아줄 시설이라곤 선풍기 2대가 전부였으니 연일 기온이 30도를 넘으니, 이러다 쓰러지는 일이 생길까 우려스러웠을 게다. 고3이 오후 4시에 집에 귀가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던 94년. 공부가 제대로 될 리가 만무했다. 너무 더워 공부가 쉽지 않았던 고3 그 여름 더위 덕분에 나는 95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망치고 현재 요 모양 요 꼴로 살고 있다. 나 외에도 95년 대학 입학생 중에서는 당시의 더위 때문에 인생 역전(?)한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대신 더위 때문에 가능했던 색다른 교실 풍경의 추억이 보물처럼 남아 있다. 푹푹 찌는 더위를 견디다 못해 학교에 등장한 물품 중 가장 인기를 모은 것은 '월남치마'와'작은 세숫대야'. 땀에 바지가 들러붙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치마는 쉬는 시간마다 바람을 일으키는 용도로 사용되었고, 세숫대야는 물을 받아 발을 담그는 용도로 활용했었다. 사물함 위에 놓여 있던 색색별 세숫대야. 94년 폭염이 가져다준 흥미로운 학교 준비물이었던 셈이다.
◇ 2015년 小史
▷파리 연쇄 테러=11월 13일 중앙유럽 표준시 21시 16분에 프랑스 파리의 1아롱디스망, 10아롱디스망, 11아롱디스망, 파리 북부의 일드 프랑스, 프랑스와 독일의 친선 축구 경기가 열린 생드니의 스타드 드 프랑스 근처 등 7곳에서 동시 다발 연쇄 테러가 발생했다.
▷일본 집단자위권 법안 통과=일본 참의원은 집단자위권 등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11개 안보 관련 법률 제'개정안을 19일 새벽 본회의에서 가결했다. 일본이 집단자위권에 관한 최종 관문을 통과함으로써 일본은 전쟁이 가능한 나라가 됐다.
▷간통죄 폐지=간통죄에 대한 존폐 시비는 꾸준히 이어졌다. 헌법재판소는 1990년 9월에 이어 2001년 10월, 2008년 10월 30일에도 합헌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2015년 2월 26일 위헌 결정을 내렸다. 간통죄는 1953년 제정된 후 62년 만에 폐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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