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패결핵 앓고 있는 김자옥 씨

정신장애 합병증, 쌓여가는 병원비 막막

"오늘따라 이 사람 기침이 심하네."

계속되는 기침에 휠체어에 앉은 김자옥(가명'49) 씨의 마른 몸이 마구 휘청거렸다. 기침이 심해지자 구멍을 뚫어 호스를 연결한 김 씨의 목에서는 가래가 흘러나왔다. 쉴 틈 없이 이를 닦아내던 김 씨의 남편 이종욱(가명'66) 씨가 말을 못하는 김 씨 대신 덤덤하게 말했다. "의사가 이 사람 기도가 막힐까 봐 목에 구멍을 뚫더라고. 이 사람이 혼자 힘으로 가래를 뱉어내질 못하니까." 음식을 삼키지도 못하는 김 씨의 코에도 호스가 연결돼 있다. 하루에 3번 400g의 미음을 식도로 흘려보내기 위해서다. 건강할 때는 55㎏까지 나가던 김 씨의 몸무게는 이제 40㎏가 채 되지 않는다. 미음 말고는 음식을 전혀 먹질 못하니 살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남편은 가느다란 김 씨의 팔목에서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무서운 병, 결핵

"결핵이 결국 아내를 쓰러뜨린 거지." 올해 2월, 갑작스러운 호흡 곤란 증상으로 쓰러져 동산병원 중환자실로 이송된 김 씨는 심정지 상태까지 이르렀고 한마디로 죽다 살아났다. 의식이 없다가 18일 만에 깨어난 김 씨는 그때부터 말을 할 수도, 몸을 쓸 수도 없게 됐다. 의사는 김 씨가 결핵 후유증에 바이러스성 폐렴이 겹치면서 호흡이 곤란한 상황이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핵은 11년 전부터 계속해서 김 씨를 괴롭혀왔다. 결핵 때문에 2010년 왼쪽 폐를 제거한 데에 모자라 합병증으로 정신에도 문제가 나타나 2012년에는 정신장애 1급 판정까지 받게 됐다. 이후 김 씨는 설거지나 간단한 심부름은 할 수 있었지만 4개월 전 갑자기 쓰러지고 나서는 남편이 없으면 혼자서 아무것도 못하는 처지가 됐다. 그렇지만 남편은 아내가 죽지 않았다는 사실에 매순간 스스로 위로한다고 했다. "처남은 20년 전 결핵으로 세상을 떴어. 적어도 우리 아내는 아직 내 곁에 있잖아."

◆옆에서 손과 발이 돼주는 남편

김 씨에게 남편은 '생명의 은인'이다. 부산에서 태어나 살다 17년 전 대구로 올라와 식당일을 하던 김 씨는 어느 날 근무를 하다 손님에게 머리를 맞아 길거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이 모습을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이 지금의 남편, 이 씨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김 씨를 남편이

자기 집으로 데려와 돌보면서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됐다. 당시 배달 일을 하던 남편은 김 씨를 매일 오토바이에 태워 다녔다. "우리 아내가 피부도 곱고 예뻐서 같이 다니면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부러워했는지 몰라."

그랬던 남편이 지금은 김 씨의 손발까지 돼주고 있다. 현재 중구 남산동 한 재활병원에 입원한 김 씨는 하루에도 재활치료를 10개 이상 받는다. 남편이 김 씨를 휠체어에 태워 10층짜리 건물을 이리저리 오르내리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지나있다. 남편 역시 퇴행성 관절염과 디스크를 앓고 있어 간호가 쉽지 않은 상태지만 간병인을 쓰는 것은 아무래도 맘이 편치 않아 24시간 김 씨 곁에 꼭 붙어 있다.

◆기약 없는 치료

한쪽 폐가 없는 김 씨에게 가장 위험한 요소는 '산소 부족'이다. 산소포화도(정상범위 95~100%)가 80% 이하로 떨어지면 다시금 생명이 위독해질 수 있기 때문. 이 때문에 김 씨는 산소 호흡기를 착용해야 하고 입원한 상태로 재활치료도 계속 받아야 한다. 의사는 김 씨의 치료 기간이 1년이 될지 그 이상이 될지 알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한 달 100만원에 가까운 병원비는 기초생활수급자(생계비, 장애연금 등 80만원 상당)인 김 씨 부부가 감당하기엔 너무나 큰 금액이다. 지금까지는 주민센터에서 지원해준 긴급생계비(300만원)와 친구'동네 지인의 도움으로 병원비를 해결했지만 남편은 앞으로가 더 막막하다. "예전에 아내 손을 꼭 잡고 '남들에게 손 벌리지 말고 우리 힘으로 열심히 살아보자'고 약속했는데 그때가 꿈같아."

※이웃사랑 계좌는 '069-05-024143-008(대구은행). 700039-02-532604(우체국) (주)매일신문사 입니다. 이웃사랑 기부금 영수증 관련 문의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구지부(053-756-9799)에서 받습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