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많은 것이 서툴렀다. 특히 아이를 대하는 감정, 말투, 생활지도 방법 등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온전히 '나'의 개성과 방식으로 키울 수 없는 '부모'라는 책임의 옷을 입은 수많은 엄마들은 학부모가 되면서 역할의 갈등을 경험한다.
그래서 아이가 입학하고 나서는 학부모교육이라는 제목으로 학교에서 진행하는 강의를 꾸준히 들으려고 했다. 학부모교육, 학부모역량강화교육 등 이름은 바뀌었지만 한 주제의 강사가 학부모에게 2시간 정도 특강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틀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것을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곳이 대구교육청 학부모역량개발센터(구 학부모지원센터)이다.
대구학부모지원센터는 2008년 개원하여 학부모지원교육을 시작했다. 각 학교마다 1년에 10강(올해는 급하게 아동학대 예방 분야 강의가 추가되어 11강을 진행한 학교도 있다)의 학부모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2016년부터는 자녀사랑 마일리지제를 도입하여 교육을 들은 만큼 부모에게 마일리지를 주는 제도가 생겼다. 그 마일리지를 어디에 활용할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으나 학부모들은 혹시 자기 자녀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더욱 열성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학부모교육이 아이의 행복과 자녀, 가족 간 소통을 위한 좋은 자극제가 된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퇴직한 교장선생님들 대부분이 강사풀에 소속되어 학부모교육에 나섰다. 개인의 교육관을 중심으로 한 강의 일색이어서 학부모들의 강의 평가가 그리 좋지 않았던 적도 있었다. 지금은 학부모 담당교사가 재미있고 전문적인 강의를 해 줄 수 있는 분을 강사인력뱅크에서 섭외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처음 진행되던 형식과 내용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2008년부터 강의를 들어온 당시 초등학교 부모들은 중학교를 거쳐 어느새 고등학생의 학부모가 되었다. 창의적인 아이, 소통하는 부모, 아이 발달에 맞춘 교육, 공부 잘하는 아이로 만들기 등 매년 같은 포맷으로 들어온 터라 많은 학부모들은 강의의 귀명창이 되었다. 학부모교육 덕분에 거의 전문가 경지에 이른 학부모에게 매년 비슷한 강의를 들으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아이의 학년이 올라갈수록 부모의 필요와 요구에 맞는 맞춤형 학부모교육이 필요하다. 그리고 강사의 수준을 조금씩 높여갈 필요가 있다. 또 학생 수가 적은 학교에서는 10여 명의 학부모를 앉혀두고 강의하기보다 인근 학교와 통합해서 강의를 진행한다거나 지역별 통합 학부모교육이 예산 면에서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자녀교육을 잘 시키기 위한 학부모교육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학부모 개인의 역량개발을 위한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학부모역량개발센터에서 심화 과정과 온라인 교육, 찾아가는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일방적 강의교육의 틀을 벗어나, 학교별 자율 학부모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도록 모색해야 한다. 고학력 사회, 평생교육 사회에서 재능과 지식을 가진 학부모들이 많다. 학교 자율적으로 학부모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도록 하고 1년 후 프로그램 사례 발표, 성과 보고 등을 통해 학부모교육의 새로운 모델을 발견하고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근 자기주도학습의 중요성이 높아가고 있는 가운데 부모도 자기주도적 부모교육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야 한다. 1년 동안 멘토나 리더를 지정해서 독서클럽, 아이 심리 연구, 인문학 공부방, 예술 감상 모임, 학부모 꿈 찾기 프로젝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학부모에게서 나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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