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성폭행 끔찍한 사건 끊임없이 반복
고통·불행 당하는 민중 무기력 표출돼
신분 나누는 시스템 철저히 의심하고
현혹되지 않아야 개·돼지 취급 안 받아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감내할 수 없는 악과 고통을 당할 때 우리는 이렇게 메아리 없는 탄식을 내뱉는다. 우리 사회에는 이해할 수 없는 끔찍한 일들이 끊임없이 발생한다. 퇴근하는 어느 여성을 집으로 납치하여 성폭행하고 목 졸라 살해한 후 시신마저 토막 낸 사건, 여성이 자신을 무시한다는 피해망상을 겪고 있는 어느 정신분열증 '환자'가 강남역 근처 공용화장실에서 일면식도 없는 20대 여성을 무참히 살해한 사건, 그리고 우리나라 남단의 한 섬마을에서 20대 새내기 여교사가 학부모 등 마을주민 3명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한 충격적인 사건. 이 사건들은 우리를 불안과 공포 속으로 몰아넣는다.
이렇게 누구나 분노할 만큼 증오스럽거나 용납할 수 없는 불행을 '거듭' 당하다 보면, 우리는 인간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절대 악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왜 피해자는 그날 그 시간에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인가? 왜 이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시민의 안전을 보장해야 할 국가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무능력한 것인가? 의문은 꼬리를 무는데 어느 누구도 대답을 해주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국가의 무능력과 국민의 무기력은 짝을 이뤄 어찌할 도리 없는 사악한 불행의 기운을 창출한다.
이런 음산스러운 분위기에 공포감을 불어넣듯 괴이한 목소리가 들린다.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된다." 어떻게 이런 말을 감히 할 수 있단 말인가? 어느 교육부 고위공직자의 입에서 튀어나온 이 말은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 이 말이 왜 그토록 소름 끼쳤는지 막연하게나마 이해된 것은 나홍진 감독의 오컬트 영화 '곡성'(哭聲)을 보고 나서였다. 이 영화는 낯선 외지인이 나타나면서 발생한 의문의 연쇄 살인사건이 어느 마을을 발칵 뒤집어 놓고 이를 해결하려는 경찰 종구의 딸마저 주술에 걸려 결국 일가족이 몰살당하는 과정을 그린다.
내가 영화 '곡성'에서 발견한 실마리는 두 가지다. 하나는 '우연'이고, 다른 하나는 '의심'이다. "왜 내 딸한테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이렇게 묻는 경찰 종구에게 악을 대변하는 무당 일광은 이렇게 대답한다. "왜 하필이면 자네 딸이냐고? 그 어린 것이 뭔 죄가 있다고? 자네는 낚시할 적에 뭐가 걸릴 건지 알고 미끼를 던지는가? 그놈은 미끼를 던진 것이여. 자네 딸은 그 미끼를 확 물어분 것이고." 이에 반해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하는 무명은 이렇게 말한다. "니 딸의 애비가 남을 의심하고 남을 죽일라카고 그리고 죽여서." 악한 귀신은 우리에게 불행에는 이유가 없다고 말하는 반면, 선한 귀신은 남을 의심하는 너의 행위가 바로 불행의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이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의심하든 않든 관계없이 불행한 사건은 일어났을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게 된다.
나에게 이 영화가 '민중의 곡성(哭聲)'으로 들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자신이 특별히 죄를 저지른 것도 아닌데 아무런 까닭 없이 끔찍한 고통과 불행을 당하는 민중의 무기력이 표출된 곡소리가 어디에서나 들리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우연히 닥칠 수 있는 불행을 극복하고 해결하는 것이 도덕이고 사회이지 않은가? 어떤 사람은 금수저로 태어나고 또 어떤 사람은 흙수저로 태어난 것이 우연이기 때문에 어찌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악마가 던진 미끼를 물어버린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도덕, 종교, 정치, 법의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것은 우리가 겪고 있는 양극화의 불행이 어쩔 수 없는 우연이라고 쉽게 믿어버리기 때문이지 않을까. 여기에 영화의 반전이 있다. 무명의 말과는 달리 철저하게 의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행은 발생했을 수 있다. 우리가 인간으로 존재하는 것은 의심하기 때문이 아닌가? 신분을 공고화시키는 시스템을 의심하지 않는다면 개'돼지로 사는 것은 아닌가? 민중은 개'돼지라는 말이 취중 실언이라는 것도 또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그 한 사람뿐이라는 것도 쉽게 믿지 마라. 정신을 똑바로 차라지 않으면 개'돼지 취급받는다. 이 영화의 핵심 카피가 어른거린다. "절대 현혹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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