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우리나라가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꿈의 빛'이라 불리는 4세대 방사광가속기의 X-선 자유전자 레이저 발생에 성공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포스텍은 지난달 29일 "포항 4세대 방사광가속기가 시험 운전 착수 불과 2개월 만에 0.5㎚ 파장의 X-선 자유전자 레이저 발생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X-선 자유전자 레이저는 기존 3세대 방사광가속기보다 1억 배(햇빛의 100경 배) 밝아 물질의 미세구조를 나노단위까지 관측할 수 있고, 3세대보다 1천 분의 1 짧은 펄스폭(20펨토초)으로 물질의 현상을 펨토초(10-15) 시간 단위까지 분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단분자 단백질이나 살아 있는 세포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어 획기적인 신약 개발에 활용되고, 신물질'신소재 분석을 통한 원천기술 확보와 IT'반도체 소자산업, 의료분야 등 다양한 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경상북도는 4세대 방사광가속기가 있는 경북 동해안을 경북 발전의 신성장 동력이자 글로벌 첨단 과학 기지로 만들어 나갈 꿈을 그려 가고 있다. 매일신문은 경북의 미래를 밝히고 있는 가속기 산업을 5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가속기, 경북의 미래를 책임진다
경북도는 지난 2월 2일 대구 북구 산격동 도청 제1회의실에서 '가속기 기반 첨단 신산업 육성 전략회의'를 했다. 이 자리에서 경북도는 신도청 시대의 미래 핵심 기반으로 가속기를 택했다. 가속기는 우주와 생명 현상의 비밀을 푸는 열쇠이자 신약 개발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핵심 인프라로 통한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장승기 포스텍 생명공학연구센터장은 "제약'생명공학 세계시장은 2024년을 기준으로 1천8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우리나라 3대 효자 수출 품목으로 꼽히는 반도체, 화학제품, 자동차 산업을 합한 것보다 더 큰 규모다.
이 때문에 정부는 가속기 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해 예산을 투입했다. 그 결과 양성자가속기(경주)와 3'4세대 방사광가속기(포항)가 모두 경북에 들어섰다.
특히 지난해 말 구축이 끝난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미국,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건설됐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011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총 사업비 4천298억원(국비 4천억원, 지방비 298억원)을 투입해 포스텍에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건설하고, 방사선 발생 장치 사용허가에 따라 4월 14일부터 종합 시운전을 해왔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하면 신약 개발의 키워드로 꼽히는 인체 단백질 구조를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다. 자물쇠 구조를 알고 열쇠를 제작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 신약 개발에서 앞서 나갈 수 있다. 경북도는 4세대 가속기를 활용해 당뇨 분야 세계 최고 연구기관으로 꼽히는 카롤린스카 등 글로벌 의학연구소를 유치하고, 앵커기업(2개)과 강소기업(40개)을 육성해 5천 명의 고용을 끌어낼 예정이다.
김관용 경상북도지사는 "신약 시장은 성장성이 가장 높은 산업으로 안동의 백신, 구미의 의료전자, 영천의 메디컬몰드, 경산의 한방산업을 연결해 K-medi 융복합벨트를 조성하겠다"며 "가속기를 통해 과학 경북의 미래를 이끌어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4세대 가속기, 어떻게 쓰이나?
지난달 14일 새벽, 4세대 가속기에서 최초의 X-선 레이저가 관측됐다. 7인으로 구성된 외부 전문가검증위원회가 같은 달 29일 현장을 방문해 X-선 레이저의 에너지 스펙트럼, 파장, 펄스 등 기본 성능을 검증함으로써 4세대 방사광가속기의 모든 장치가 성공적으로 정상 작동함을 공식 확인했다. 시험 운전 시작 후 자유전자 레이저 발생까지 미국(LCLS)은 2년(2007~2009), 일본(SACLA)은 4개월(2011년 2~6월)이 걸렸으나, 포항 4세대 방사광 가속기(PAL-XFEL)는 불과 2개월 만에 성과를 내 쾌거를 이뤘다.
당시 전문가검증위원회는 이처럼 짧은 시간에 극한의 정밀도를 요하는 0.5㎚ X-선 레이저 발생에 성공한 것으로 봐, 에너지를 서서히 올려가면서 최적화하는 2차 시운전을 잘 진행한다면 연말까지는 최종 목표하는 10GeV/0.1㎚ 파장 X-선 레이저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전망했다.
방사광가속기는 전자를 가속해 빛을 발생시키는 빛 공장이다. 원자, 분자 수준의 근원적 구조를 규명할 수 있는 장치로 단백질 같은 생체분자의 구조를 볼 수 있는 거대한 최첨단 현미경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거대한 현미경은 물리'화학 등 기초과학에서부터 반도체 개발 등 응용연구까지 고루 활용 가능하다. 생체나 세포를 자르지 않고도 암세포 등을 생생하게 포착할 수 있다. 에이즈 증폭 차단 단백질 구조를 규명해 신약개발, 신물질, 신소재, 반도체, 마이크로 로봇제작 등 첨단과학연구와 첨단산업육성이 가능한 필수 연구시설이다. 그래서 국가 간 공유를 거의 하지 않는 최첨단 연구시설로, 영국'프랑스'중국'스웨덴 등 세계 각국은 치열한 경쟁 속에 독자 기술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4세대 가속기, 다양한 산업과 연관
선형가속기인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기존 원형가속기인 3세대 방사광가속기와는 방사광 생성 원리가 전혀 다르다. 세기가 강한 빛을 퍼뜨리지 않고 멀리까지 보낼 수 있는 레이저 성질을 가진 X-선 자유전자 레이저를 발생시킨다.
짧은 파장, 강한 밝기, 빠른 펄스의 특성을 갖춘 4세대 방사광은 레이저와 같은 성질을 활용해 나노 크기와 펨토초 단위의 극단적으로 미세한 세계를 연구하는 데 널리 활용될 수 있다.
이외에도 신물질'신소재 분석으로 기초분야에서 원천기술 확보뿐만 아니라 IT'소자산업이나 의료분야 등 다양한 산업 발전에 크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물리학 등 기초과학연구에 선도적인 연구 성과 창출을 할 수 있다. 더욱이 최근 노벨 물리학상의 20% 이상이 가속기 기반연구에서 비롯되고 있다.
포항가속기연구소는 국제 수준의 성능 검증을 위해 국내 연구진을 중심으로 X-선 레이저 활용 데모실험을 12월에 하고, 내년부터 이용자 실험 지원에 착수할 예정이다. 또한 우수한 성과를 이른 시일 안에 이끌어내고자 중점 활용 분야를 도출해 새로운 연구를 선도하는 소수과제와 국외 석학과의 공동연구 등에 4세대 가속기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국내 연구자들이 극미세 공간에서 펨토초에 일어나는 세포 활동, 단백질 구조변화, 화학촉매 반응 등을 실시간 관측하는 것이 가능해져, 경북이 새로운 과학기술 탐구영역을 선도적으로 개척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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