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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 간 황 총리, 성난 주민에게 6시간 넘게 붙잡혀…가까스로 빠져나갔지만 또 가로막혀

김영진 기자
김영진 기자

황교안 국무총리와 한민구 국방부 장관 등이 분노한 성주 군민들에게 둘러싸여 5시간 넘게 미니버스에 갇혀있다 오후 5시 30분쯤 가까스로 탈출했지만, 뒤따라온 주민들에게 또다시 붙잡혔다.

트랙터로 출입구를 봉쇄한 주민들과 대치하다 오후 5시 30분쯤 경찰병력을 동원해 강제해산을 시도하는 척하며 겨우 빠져나갔지만, 달려와 몸으로 제지하는 주민들에 의해 성주군청 뒷길 성주여자중학교 앞에서 또다시 멈춰선 것이다.

황 총리 일행은 15일 오전 11시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관련 주민 설명회를 위해 경북 성주군청을 방문했다. 하지만 분노한 주민들에 의해 설명회가 파행으로 치닫자, 미니버스에 탑승하고 군청을 빠져나가려다 이를 제지하는 주민들에게 둘러싸여 5시간 넘게 옴짝달싹도 하지 못한 채 갇혀 있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조희현 경북지방경찰청장이 날아온 물체에 맞아 왼쪽 눈썹 윗부분이 5㎝가량 찢어져 15바늘을 꿰매는 사고도 발생했다.

이날 황 총리는 헬기를 타고 경북 성주 군부대에 도착해 사드가 배치될 성주 성산포대 지역을 둘러본 뒤 오전 11시쯤 성주군청을 찾았다.

청사 앞 주차장 등에는 '사드 배치 결사반대' 등을 적은 붉은색 머리띠를 한 주민 등 3천 명 이상이 집결해 있었다.

먼저 황 총리가 군청 마당에 들어서자 계란과 물병 등이 날아들었다. 황 총리는 양복에 계란이 묻은 채로 "사드 배치를 미리 말씀드리지 못해 송구하다"면서 20여 분 가까이 설명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갑자기 주민들 사이에서 욕설과 고성이 터져나오면서 또다시 물병과 계란, 소금 등이 날아들었다.

이후 한민구 국방장관이 마이크를 잡고 "여러분이 걱정하는 사드 전자파가 주민 건강에 전혀 유해하지 않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겠다"고 하자 주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또다시 물병과 계란 등이 사방에서 날아들고, 일부 주민들은 경호원들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도저히 분위기가 수습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군청으로 들어가 군청과 붙어있는 군의회 건물 출입문으로 나온 황 총리 일행은 이곳을 빠져나가기 위해 미니버스에 올랐다. 하지만 성난 주민들이 트랙터 2대를 가져와 미니버스를 가로막았다. "벌레만도 못한 X들"이라며 방역소독기까지 등장했다.

대치가 길어지면서 오후 3시쯤, 주민 협상단이 구성돼 정부 관계자들과 대화를 했지만 결국 결렬됐다. 주민협상단은 "국무총리가 사드 성주 배치를 재검토하겠다고 말하면 보내주기로 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고 했다.

경찰은 경호 인원을 증원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하지만 대치가 너무 길어지자 결국 오후 5시 30분쯤 주민들을 강제진압하는 척 주의를 끄는 사이 황 총리 일행은 미니버스를 빠져나와 승용차에 옮겨타고 군청을 벗어났다.

하지만 주민들이 달려와 몸으로 이들을 제지했고, 총리 일행이 탄 승용차는 오후 5시 50분 현재 성주군청 뒷길 성주여자중학교 앞에 멈춰있다.

현재 현장에서는 주민들을 제압하기 위해 경찰병력이 최루탄을 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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