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성주 배치 결정이 몰고 온 후폭풍이 거세다.
박근혜 대통령의 증조할아버지까지 살았던 선대 고향마을 주민들에 의한 박 대통령 대형 걸개 사진(가로 2m, 높이 2.5m)의 부침(浮沈)에서, 성주군민의 분노의 깊이와 사드 배치 앞에 놓인 가시밭길이 고스란히 읽힌다.
13일 사드 성주 성주읍 성산리 성산포대 배치가 결정되자 황신마을 주민들은 성밖숲에서 열린 반대집회에 다녀와서는 박 대통령 사진을 떼겠다고 했고, 다음 날인 14일 결국 뜯어냈다. 이들은 사진을 뜯어낸 것으로는 분이 삭지 않는지 둘둘 말아 쓰레기 봉지 옆에 처박아 버렸고, 몇몇은 "(사진을)불 싸지르고 싶지만 참고 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환하게 웃고 있는 이 사진은 대통령 당선 직후 고령 박씨 종친회에서 만들어 박 대통령과 같은 고령 박씨 직강공파 후손 집성촌인 성주 선남면 성원리 황신마을 마을회관에 기증한 것이다. 그동안 마을의 자랑거리였다.
황신마을은 62호 중 50여 호가 고령 박씨이다. 박 대통령 할아버지(박성빈)와 같은 '빈'자(字) 항렬 두 사람이 생존해 있다. 이곳에는 박 대통령 고조부터 8대조까지의 선영도 있다. 따라서 마을 주민 전부는 골수 박 대통령 지지자였다.
이처럼 박 대통령과 가까운 집안 일가들이 왜 이렇게까지 뿔이 났을까. 국방부가 성주에 배치하기로 결정한 사드 전자파의 위험에 마을이 고스란히 노출된 데다 지금까지 무조건 지지하고 짝사랑해온 데 대한 배신감과 섭섭함이 겹친 탓이다. 황신마을은 사드 배치가 결정된 성산포대와의 거리가 2㎞에 불과해 직접적인 위험범위 안에 있다.
성주 월항서 시집온 이모(74) 씨는 "지금처럼 후회해본 적이 없다. 박 대통령 부녀는 우리에게 자부심과 희망을 주었지만, 종국에는 실망과 배신감을 안겼다. 이젠 그들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접겠다"고 했다. 또 김모(74) 씨는 "박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 제사 때마다 빠지지 않고 마을 종물과 찬조로 전세버스를 마련해 참석했는데, 지금껏 짝사랑하고 고향을 지켜온 보람이 없다"며 섭섭함을 토로했다.
유모(92'희자 항렬과 결혼) 할머니는 "대통령 뽑으러 투표장에 가서 박 전 대통령과 지금 대통령 말고는 찍어본 적이 없다"면서 "누가 뭐래도 나는 한편인데, 질부나 손부들 그리고 자식과 손자들이 걱정이라고 해 걱정이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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