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정책기획관이라고 했다. 무려 2급에 해당하는 고위 공무원으로 지방교육청에서는 부교육감에 준하는 직급이라고 했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20대 초반에 행정고시에 합격한 엘리트로 이명박 정권 시절 교육부 장관 비서관과 청와대 행정관을 거쳐 지난해 3월 승진한 거라고 했다. 교과서 국정화, 누리과정, 대학 구조 개혁 같은 교육부의 정책을 기획하고 타 부처와 정책을 조율하는 보직이었다.
믿을 수 없는 발언이었다. 지난 7일 그는 교육부 대변인, 대외협력실 과장과 몇몇 교육부 출입기자들이 동승한 저녁식사 자리에서 뜬금없이 "(99%의) 민중은 개'돼지와 같다"며 "(우리나라도) 신분제를 정했으면 좋겠다"는 문제의 발언을 내뱉었다. 개인적으로 기획관 자녀도 비정규직이 돼서 99%로 살 수 있는데 구의역 사고로 숨진 청년이 가슴 아프지 않으냐는 기자의 질문에 위선적이라고 한 그의 발언이 몹시 거슬렸다. 이 발언을 처음 기사화한 기자는 "사석에서 나온 개인 발언이란 점을 감안하더라도 교육정책을 총괄하는 고위 간부의 비뚤어진 인식과 문제 발언을 철회하거나 해명하지 않은 점"을 들어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그의 발언은 공개되자마자 곧 국민들의 엄청난 공분을 일으켰고, 결국 교육부는 지난 9일 그를 대기발령 조치한 데 이어 12일 파면 결정을 내렸다. 최고 수위의 중징계였다. 이제까지 교육부 공무원이 개인적 발언으로 중징계를 받은 전례는 없었다. 이제 개와 돼지의 일원이 된 그가 느낄 두려움을 생각한다. 가까스로 1%에 들어갔다고 안심했을 그 아니겠는가. 우리는 또 살아갈 수 있겠지만 그는 좀 힘들 것이다.
그의 발언을 차분히 돌아본다. 그 혼자만의 생각이었을까.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들의 이 엄청난 분노를 설명할 길이 없다.
2년 전 '땅콩 회항 사건'으로 공분을 샀던 대한항공 부사장 때보다 훨씬 커진 분노의 말들이 쏟아졌다. 그 사이 상황이 나아지기는커녕 더 나빠졌단 얘기다. 전 국민의 50만 명쯤 될 1%가 대한민국 거의 모든 분야의 핵심에 앉아 99%를 개'돼지로 생각하고 있다. 전부는 아닐지라도 상당수가 그와 유사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간 그들이 벌인 일련의 사건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2008년과 2012년 두 차례 대통령 공약으로 국책사업이 되면서 밀양과 가덕도로 좁혀졌던 영남권 신공항에 대해 기존 김해공항 확장안을 대안이라며 내놓곤 사실상 김해 신공항이 되는 것이니 공약을 지킨 것 아니냐는 궤변을 늘어놓고, 신고리 원전 5'6호기 신규 건설을 허가해 경남과 부산, 울산에 걸친 좁은 지역에 세계 최대의 핵발전 단지를 세워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보다 더 심각할 수 있는 사고의 위험까지 떠안겼다.
밀양과 청도 주민들을 10년 넘게 괴롭혀온 765㎸ 송전탑은 어떤가. 초고압 송전탑을 69기나 세우는 동안 이에 반대하는 주민 2명이 사망했고, 400명 이상이 형사처벌받았다. 이제 경북 성주에 사드까지 배치한다고 한다. 이것은 Not In My BackYard, 님비(NIMBY)가 아니다. 한반도 어디에도 사드 배치 최적지는 없다.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고 있다. 하루 두 번, 해 뜨기 직전과 지기 직전에 밝은 빛과 캄캄한 어둠이 교차하는 시간이다. 모든 사물이 붉게 물들고, 저 언덕 너머로 다가오는 실루엣이 내가 기르던 개인지, 나를 해치러 오는 늑대인지 분간할 수 없는 순간을 그렇게 부른다.
임계점이다. 이쯤 되면 99%의 개와 돼지들은 단결(unite)해야 하지 않나. 후안무치의 1%에게 99% 개와 돼지들의 정당한 분노를 보여줘야 하지 않나. 이제 다시, '개와 돼지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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