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마대 캔버스 잘라 하나하나 엮어 세계적 주목 '누아주' 원작 오다

독창적 기법 창안, 신성희 초대전…스페이스K 8월 31일까지

신성희 작
신성희 작 '확장'.

해체된 평면, 3차원 공간서 부활

실재와 환영 관계 탐구한 회화로

실험 초기 1970, 80년대作 조명

누아주(Nouage·엮음)라는 독창적 기법으로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던 신성희(1948~2009) 작가의 초대전이 스페이스K에서 열리고 있다.

신 작가가 시도한 '누아주'는 다양한 컬러로 채색된 캔버스를 얇은 두께의 길이로 잘라 이를 다시 손으로 하나하나 엮어 나감으로써 평면을 해체, 3차원 공간에 또 다른 회화의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업이다. 붓으로 그린다는 회화 본연의 특성을 견지하면서도 남다른 조형세계를 천착했던 신 작가의 작업은 국내보다는 프랑스 등 유럽에서 더 큰 갈채를 받았다.

'누아주 이전'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번 전시는 그 실험의 시초가 된 1970, 80년대 작품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1970년대 우리나라 화단에서는 '단색화'라는 한국적인 미니멀리즘이 거세게 불었다.

바로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신 작가는 마대 연작으로 동시대의 사조에 응하면서도 작가 고유의 회화세계를 구축했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그의 초기 작품은 당시 캔버스 대용으로 사용되곤 했던 마대를 소재로 일명 '마대 위에 마대'를 그린 연작들이다.

그는 당시 마대 자체를 형상화하고 그 질감을 섬세하게 살려 추상성을 더욱 강조한 전면 단색화를 선보였다. 마대 위에 마대를 극사실적으로 묘사한 신 작가는 마대 천의 올 하나하나는 물론 풀린 실밥까지 세밀하게 묘사했다. 그는 마대의 형태와 마티에르(질감)를 사실적으로 재현하기 위해 올 한 가닥에 최소 세 번 이상의 붓질을 가했다. 이 작품들은 오브제로서 마대의 물성과 물감으로 그려진 마대의 일루전(illusion)을 통해 실재와 환영 사이의 관계를 조명한 개념 회화이다. 마대 연작에서 시작된 신 작가의 회화의 본질에 대한 탐구는 그가 프랑스로 이주한 후인 1997년에 누아주라는 획기적인 양식을 창안하면서 그 결실을 맺게 된다. 이번 개인전은 그 결실의 시작을 증언하는 전시이다. 신 작가는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프랑스로 건너가 그곳에서 활동했다. 8월 31일(수)까지. 053)766-9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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