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위기는 준비되어 있을 때 기회다

안용모 경일대 석좌교수

지금 많은 사람들이 대구경북은 위기에 빠졌다고 한다. 4'13 총선을 앞두고 한 정당의 대구경북 공천 칼부림을 보고 지역민들은 한탄하였고, 지난달에는 정부의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와 김해공항 확장 발표로 우리 지역은 넋이 나갔다. 정신을 가다듬기도 전에 미사일처럼 터져 나온 사드(THAAD) 배치가 지역민들을 더 혼미한 충격에 빠지게 하고 있다.

누군가는 위기를 기회라고 말하지만 이 말이 우리 대구경북에 무조건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우리에게 위기는 말 그대로 위기이며, 앞으로 또 다른 위기를 불러오는 신호탄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기 때문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와 노력 그리고 구심점이 있어야 한다. 단지 지금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서 정부에 검증을 요청하고 억지 주장을 펼치거나 무리한 요구를 가지고 거리로 나서는 것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먼저 대구경북과 경쟁하는 인천, 대전, 광주, 부산 등은 우리 지역처럼 일당 독점지배로 흡사 거수기 같은 일꾼들을 일찍 청산해 가고 있고 우리도 이번 공천 과정을 지켜보고 절박한 심정으로 유권자들의 심판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신공항 문제에 있어서 지역 민심이 충분히 헤아려지지 않고 있음을 보았다. 위정자들은 여전히 지역의 민심보다는 정치집단의 이해관계와 앞으로의 선거와 표 계산에 바쁜 정파의 속내를 드러내 보였다.

신공항 문제에 있어서 부산은 일찍부터 동남권 신공항에 대한 준비로 중앙정부에 끊임없이 요청해 왔으며 최선과 차선책을 가지고 때로는 논리적으로, 시기에 따라서는 억지 주장으로, 선거 때는 표심으로 정부와 국회 그리고 중앙에 지역의 민심과 논리를 전달해 왔다. 여기서 잠시 돌아보면 우리는 지역 내에서 우리들끼리만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유치 목청을 높이기만 했지, 중앙과 정부 그리고 국회에 그 소리와 논리를 바로 전달하는 데는 다소 부족한 점도 없지 않았다.

이제는 모든 것을 정치적 논리로 풀지 말고 현안에 따라서는 전문가 집단의 합리적인 전개와 연구로 그 내용을 지역민에게 바로 알리고 중앙에 전달하는 변화되고 새로운 기틀을 마련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신공항은 공항 전문가가, 철도는 철도 전문가가, 군사 문제는 군 전문가가 합리적인 내용으로 준비하고 당위성을 논리적으로 무장하여 요청해야 한다.

모든 것에 정치적인 논리로 목청을 높이고 비전문가가 공항이나 철도 그리고 군사 문제까지 상식선에서 앞장서서 대변하는 것을 중앙에서는 귀담아듣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그 내용도 뻔한 것일 수밖에 없고 이제 그런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는 정치꾼과 비전문가가 상식선에도 미치지 못하는 논리로 지역민들을 혼란에 빠뜨리지 말았으면 한다.

위기가 기회가 되려면 작금의 사안에 대한 교훈을 되새겨서 대통령이 내어 놓은 K2와 대구공항 통합이전이 반드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실현 가능한 로드맵과 청사진을 만들어 지역민과 중앙정부가 한마음 한뜻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K2와 대구공항 통합이전의 길도 순탄하지만은 않다. 많은 예산과 민원 그리고 정치적인 상황에 따라서 변경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지역민들에게 꼭 필요하고 이용하기 편리한 대구경북의 관문 공항을 위한 준비에 정치적인 구호나 공약보다는 실현 가능한 전문가 집단의 지혜를 모아서 충분한 공항 규모와 시설 그리고 접근성은 물론 환경성과 경제성을 고려한 준비를 해야만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하자. 대통령이 지시한 K2와 대구공항 통합이전이 저절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고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시도민이 똘똘 뭉쳐서 대구경북의 역량과 표심을 다시 보여 줄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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