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난다. 나는 혼자서 두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다. 아이들 다 키우면 성주 성산리 내려가 작은 집 하나 짓고 텃밭 가꾸며 살려 했다. 시가 안 써지는 날이면 성산리 고분에 가서 옛사람 말씀도 받아쓰려고 했다. 사는 일이 숨차면, 빚을 내서 마련한 성산리의 작은 집터에 집을 짓는 꿈을 꾸었다. 집을 짓는 그때까지 어머니가 살아계시면 어머니를 모셔다가 더운밥 한 끼 지어 드리려고 했다. 나는 싸움을 못 해서 싸움을 싫어하지만 이번엔 싸워야겠다. 내 어머니도 성주읍의 요양병원 치매병동에 계시고 내 작은 집터는 성주읍 성산리에 있기 때문이다. 지금 거기엔 미사일을 모르는 나비 떼가 여름꽃 위에 나풀거리고 있다.
눈물 난다. 비닐하우스 찜통더위 속에서 참외농사를 지으며 법 없이도 살아가던 별고을 사람들의 새까만 얼굴을 나는 보았다. 미사일이 온다던 그날은 성밖숲 왕버들에 놀던 천 년의 바람도 깜짝 놀라고 가야산 여신은 고개를 돌렸다. 맑은 물과 바람처럼 살던 사람들이 혈서를 쓰고 머리를 밀었다. 유모차에 아기를 태우고 엄마들도 나섰다. 성밖숲의 양버들도 분해서 잎을 부르르 떨었다.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이 군청 앞마당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다. 벌들도 떠난 들판엔 노란 참외 꽃도 혼자서 시들어갈 텐데. 여름밤 군청 앞마당에 촛불이 밝혀졌다. 전쟁 반대 사드 반대, 사드 배치 결사반대. 성주읍 가는 길의 백일홍도 붉게 울었다.
눈물 난다. 사람 수가 적은 고장이라고 함부로 해도 되는가. 레이더의 설치지대가 높다고 전자파에서 주민들은 안전한 것인가. 물리학자인 경북대학교 이형철 교수는 사드 레이더의 해로움을 이렇게 쉽게 설명한다. "모든 파동은 퍼져 나가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서치라이트'나 '스포트라이트'는 한 곳을 집중해서 비추지만, 당연히 그 주변도 밝아진다. 따라서 레이더보다 낮은 곳에 위치한 지역에도 전자기파의 영향은 반드시 생긴다." 5만여 명이 살고 있는 삶의 터전을 레이더의 전자파에 내어주는 나라가 대체 어디에 있는가. 집에 있자니 심장이 터질 것 같아서 어제는 군청에서 열리고 있는 사드 반대 전쟁 반대를 위한 촛불집회에 다녀왔다. 광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사드 성주 배치 반대'가 아닌 '사드 한국 배치 반대'가 적힌 미니 현수막을 들고 정부의 잘못된 결정을 격렬히 성토하고 있었다.
사드 배치 반대를 위한 이 싸움은 성주만의 싸움이 아님을 나는 현장에서 깨달았다. 이번 싸움은 밖으로는 신냉전 체제와의 싸움이고 안으로는 국민 주권을 무시한 무능한 정권과의 싸움이다. 성주군수는 "사드는 반대하지만, 외부인과 외부단체의 개입은 못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성주의 사드 반대 투쟁은 전쟁을 반대하는 모든 평화 세력과의 뜨거운 연대로 이어져야 한다. 누가 지역이기주의로 성주를 몰아가는가. 이제 성주는 반전평화운동의 성지(聖地)가 될 것 같다. 절망할 것 없다. 나는 성주가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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