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 부족 성산리 배치 결정 아쉬워
대통령 국내 부재 중 총리 억류당해
지도자는 시위대 맞서는 용기 필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가 배치될 경북 성주에서 대통령 국내 부재 중에 황교안 국무총리 등이 탄 차가 6시간 이상 시위대에게 억류되고, 계란 세례에 물병 투척 그리고 소지품까지 뺏기는 사태가 발생했다. 치안을 책임진 경북경찰청장은 시위대가 던진 물병에 눈가가 찢어졌고, 현장 취재 중이던 기자는 찍은 사진을 내놓으라며 폭행을 당했다.
사드 배치 지역으로 결정된 경북 성주 성산리 부근은 현직 대통령의 고조 등 선조들이 묻혀 있는 선영이다. 지나간 현실에 대해 가정(假定)이란 있을 수 없지만, 영화 '슬라이딩 도어즈'에 나오는 것처럼 같은 상황에서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다른 선택은 여러 차원에서 시도될 수 있을 뻔했다.
우선 대통령 차원이다. 사드가 배치되는 성주군 성산리는 대통령의 선영이 있는 곳이다. 그곳 마을회관에서 대통령이 성산리 할머니들과 손을 붙잡고 하룻밤을 지새우며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에 대해서 진심으로 호소하는 감성적 접근을 했으면 어땠을까?
"어머님 아버님, 얼마나 중요하고 또 시급하면 제 조상들이 누워 계시고, 또 어르신들이 사시는 이곳에 사드를 배치하려고 하겠습니까? 김정은의 핵 위협과 격변하는 국제 정세로 우리 안보가 위기입니다. 위기 타개를 위해 불가피하게 사드를 배치하게 됐으니 너그럽게 이해해 주십시오. 성산리 어르신의 삶터는 물론 성주군의 정주 여건이 대폭 개선되도록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정부 투자를 늘리는 것은 물론 성주 참외를 청와대 과일로 지정하고, 퇴임하면 성산리에 터전을 잡겠습니다."
땅값, 집값, 참외값, 건강 등을 우려하는 성주 군민들을 위해 대통령이 직접 내려와서 꼬장주 민심부터 다독이고, 어린아이들의 손을 잡아주었다면 여론이 다소 달라지지 않았을까. 반발이 예상되는데도 불구하고, 사전에 다독여 호미로 막을 일을 소홀히 하는 바람에 가래로도 못 막는 일로 번진 꼴이 아닌지 하는 우려에서 나온 설정이다.
대통령 차원 다음은 정부 각 부처 차원이다. 사드 전자파는 집집마다 쓰는 전자레인지에서 나오는 전자파와 별 차 없는데도 괴담이 난무하도록 환경부'보건복지부'교육부 어느 부처도 과학적 정보 제공으로 괴담 차단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 불안한 민심의 눈높이에 맞춘 설득 작업은 아무리 거듭해도 지나치지 않다. 일본'괌의 사드 배치 때는 1년 6개월 이상 주민 설득에 공을 들였다. 반면 성주군은 하룻밤 새 날벼락처럼 떨어졌다.
국무총리 차원에서도 반성하고 복기할 일이 있다. 대통령의 국내 부재 시 국정 컨트롤타워인 국무총리란 사람이 현장에 대한 기질 분석과 그곳에서 터질지도 모를 돌발성에 대해 허술하게 준비한 채 불쑥 내려가서 주민 설득을 시도하다가 억류당하는 치욕을 당했다. 이는 국민이 봉변을 당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성난 주민이 무서우면 현장에 가지 말든지, 기왕 갔다면 계란과 물병이 무서워서 시위대에 발목 잡히는 일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용기를 갖고, 뚜벅뚜벅 걸어서라도 시위대를 뚫고 나갔어야 하지 않겠는가. 안전을 겁내 차 안에 갇혀 있는 총리는 결이 고울 뿐, 대인배답지 못하다. 용기있는 지도자는 성난 군중도 설득할 수 있는 담대함을 지녀야 한다. 물론 폭력 수사와 책임 추궁은 불가피하다.
지역 정치권과 시민 차원에서도 되돌아봐야 한다. TK 정치인들은 안보 위기 상황에서 제대로 된 행동을 했는지, 시위 현장에 어린이와 학생들을 동원한 부모는 잘한 결정인지 심각하게 되물어봐야 한다. 과연 우리 모두는 각자 자기 자리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잘하고 있는가. 북한 핵에 대한 방어차원에서 사드를 배치했는데 중국까지 벌벌 떠는 것을 보면 사드가 우리 안보에 큰 역할을 하긴 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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