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권력 구조 개편에 쏠린 개헌론, 속셈이 의심스럽다

정치권이 제헌절을 맞아 '개헌론'을 쏟아냈다. 20대 국회 개원식에서 "개헌은 누군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며 개헌론에 불을 댕긴 정세균 국회의장은 이날 "2018년 제헌절 이전에 새 헌법을 공포할 수 있어야 한다"며 구체적 로드맵까지 제시했다. 그러나 개헌 방향에 대해서는 중구난방이다. 4년 중임제와 내각제는 물론 '한국형 협치 대통령제', '대통령 직선 내각제' 등 듣도 보도 못한 권력 구조까지 거론된다.

이런 주장들의 공통 인식은 현행 헌법이 제정된 지 30년이 지나 시대 변화를 수용하지 못한다는 '87년 체제 및 5년 단임제 한계론'과 '제왕적 대통령 권력 제한론'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치권을 위한 정치권의 주장일 뿐이다. 우선 현행 헌법이 시대적 한계에 봉착했다는 주장은 구체적 근거가 없다. 시대적 한계라는 주장이 경제 활력 저하를 얘기하는 듯한데 그 원인은 헌법이 아니라 신성장 동력 발굴 실패 등 경제 자체에 있다.

5년 단임제 한계론 역시 그럴듯한 얘기일 뿐이다. 레임덕은 대통령제의 속성이다. 4년 중임제라고 레임덕에서 예외일 수 없다. 그리고 레임덕은 정치권이 대통령에게 잘 협조하면 시기를 늦추고 정도를 약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여야는 위치를 바꿔 가며 대통령의 발목을 잡는 데 매진해 왔다. 그렇게 레임덕이 걱정이라면 국회가 나서서 대통령에게 협조하면 될 일이다.

'제왕적 대통령론'도 현실과는 동떨어진 주장이다. 현재 '제왕'은 대통령이 아니라 국회이다. 대통령은 국회의 협조나 승인 없이는 아무것도 못한다. 서비스산업발전법이 4년이 넘도록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사실은 이를 잘 보여준다. 결국 분권형 대통령제나 내각제 주장은 대통령의 권력을 떼 국회로 가져오겠다는 소리나 다름없다.

정치권의 개헌론은 권력 구조 개편에만 쏠려 있다. 이는 야당으로서는 정권을 잡는 데, 여당의 입장에서는 정권을 유지하는 데 유리하다는 계산 때문일 것이란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국민은 개헌에 큰 관심이 없다. 헌법 때문에 모든 것이 잘 안 돌아간다는 것은 정치권의 주장일 뿐이다. 지금은 개헌 논의로 에너지를 소모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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