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이 학생부종합전형에서 공통으로 가장 중시하는 평가항목은 학업역량이다. 학생 개인의 학업역량을 평가하는 지표는 학생부에 여러 항목이 있지만 교과학습발달사항에 나오는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대학들은 첫손에 꼽는다. 학생의 노력 못지않게 교사의 역할이 중요한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평가방법 변화가 아닐까 한다.
현재 학교 현장에서 사용하는 평가방법은 지필고사와 수행평가로 나눌 수 있다. 거의 모든 고등학교들은 지필고사 위주의 평가방식을 선택하고, 수행평가는 대부분 서술형 평가로 이루어져 실제 성적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 하지만 지필고사 위주의 평가로는 학생 개인의 학업능력을 평가하기에 한계가 분명하다. 선택형이나 간단한 서술형 문제의 평가로는 학생의 개별적 학업 이력이나 역량을 판단할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교육청 주도의 수업 변화로 일부 학교 현장에서는 기존의 강의식 수업과 학생 주도형 수업이 병행되고 있지만 수능 대비를 위주로 하는 수업이 여전히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일정 부분 수업 변화를 가져왔다고 해도 평가방법의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고는 학생들에게 변화된 수업에 몰입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아무리 수업이 바뀌어도 평가방법이 그대로라면 학생들로서는 지필고사 대비를 전제로 수업에 임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타 지역에서 이러한 평가방법 개선을 통해 수업 변화를 내실화하고 이에 따른 학생들의 역량 성장을 학생부에 꼼꼼하게 기록하는 학교들이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수행평가의 비중을 지필고사보다 더 높게 책정하고 수행평가 유형도 지필 형태의 서술형이 아니라 다양한 유형의 과제형 평가를 함으로써 학생들의 자발적인 학습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필자가 얼마 전 학교컨설팅을 위해 방문한 타 지역 한 고교에서는 지필고사 40%, 수행평가 60%의 비중으로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지필고사는 선택형과 서답형을 함께 출제하고 있었으며, 수행평가 유형도 5, 6가지로 분류해 지필과 분명한 차이를 둔 실험, 보고서, 토론 등의 항목으로 구성하고 있었다. 이러한 결과를 학생부에 기재한다면 대학들이 학생 개개인의 학업 역량을 충분히 평가할 수 있겠다고 판단됐다.
지역 교사들은 이미 수업 변화에 조금씩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강의식 수업을 학생 주도형인 하브리타 수업, 거꾸로 수업 등의 형태로 바꾸는 데만도 큰 힘이 드는데다 학생들의 주도적인 참가를 이끌어내기도 만만찮다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평가방법 개선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다. 평가방법 변화야말로 학생들을 변하게 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학생들 스스로 새로운 평가방법에 적응하기 위해 수업에 집중하게 만들고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동기 부여가 되는 것이다. 수행평가 역시 단순히 지필고사의 보조 수단이 아니라 수업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학습활동을 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수업 변화에다 평가방법 개선, 또 이를 학생부에 기재하는 일까지 생각하면 교사들에게 너무 과도한 요구를 하는 게 아니냐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학생부종합전형 도입과 확대는 단순한 입시제도 개선이 아니라 수업과 평가, 학생 역량 강화에 있어 패러다임 변화를 요구하는 시대적 요청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강의식 수업과 지필고사만으로는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지역 고교들의 진학 실적이 여전히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현실은 시대적 요청에 따른 대입제도 변화와 그에 따라 교육 패러다임 전환의 흐름을 따르지 못하고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방증이다. 교사의 역할이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학습 동기 부여와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 제고, 관찰과 분석을 통한 개개인의 역량 강화에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평가방법 개선은 이러한 염려와 의심을 불식시킬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학생 스스로 수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몰입하고, 수행평가 과정에서 학습과 관련된 역량을 확장해가는 노력을 이끌어내, 이를 자연스럽게 학생부의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기재로 이어지게 할 수 있다. 이는 곧 학생부종합전형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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