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관문 앞 화재경보기에 몰카" 확인부터 하세요

도어록 비밀번호 훔쳐 빈집털이, 4천만원대 금품 훔친 3명 구속

지난달 27일 오후 3시쯤 대구 북구 한 아파트에 절도범이 침입했다가 집주인을 만나 도망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모(32) 씨 등 일당 3명은 범행 전날 오후 2, 3시쯤 현관문 앞 복도 위에 화재경보기처럼 생긴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고 그날 저녁 회수해 녹화된 영상을 분석, 도어록 비밀번호를 알아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달 18일 구속된 이들은 이미 부산과 경남 일대를 돌며 같은 수법으로 2차례에 걸쳐 총 4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현관문 도어록 보안이 위협받고 있다. 비밀번호가 유출돼 빈집이 털리거나 강력 범죄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달 초 경기도 하남시에서도 김모(33) 씨가 평소 층간소음 문제로 위층에 사는 60대 부부에게 앙심을 품고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흉기를 휘둘러 1명을 숨지게 하는 참변이 있었다.

이처럼 최근 비밀번호 유출 범죄에 몰래카메라가 주로 이용된다. 누구나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범죄로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경찰 조사에서 김 씨는 서울 송파구의 한 쇼핑센터에서 화재감지기 형태의 몰래카메라를 40만원을 주고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의 한 CCTV 설치업체 관계자는 "USB 메모리를 넣어 사용하는 무선 방식 화재감지기 몰래카메라는 인터넷에서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요즘 눈에 잘 띄지 않는 초소형이면서 설치가 쉽고 가격도 저렴한 제품이 시중에 많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복도에 외부인이 손쉽게 출입할 수 있는 점도 비밀번호 유출 범죄를 부추기고 있다. 범행을 계획한 이들이 아파트 공동현관 앞에서 서성이다 아파트를 출입하는 주민 뒤를 따라가는 수법으로 손쉽게 통과하는 것이다.

안전하다고 믿었던 도어록 비밀번호가 무력화되면서 이용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특히 휴가철을 맞아 장기간 집을 비우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모(32'대구 동구 신암동) 씨는 "도어록 비밀번호가 유출될 수 있다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불안해 도어록을 이용할 때 수시로 주위를 살핀다"며 "현관문으로 들어와 물건을 훔쳐가면 당한 사람은 며칠 동안 모를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비밀번호 방식이 아닌 디지털 도어록을 찾는 시민도 많다. 대구의 한 도어록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스마트폰 뒤편에 스티커처럼 붙이는 스마트키 형식이나 열쇠고리 형태의 전자키를 이용하는 도어록이 인기다"며 "지문 인식이 되는 도어록과 마찬가지로 비밀번호를 누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같은 범죄를 예방하려면 보안 덮개를 설치하거나 평소 아파트를 출입할 때 주변에 엿보는 사람은 없는지 세심히 살펴야 한다"면서 "휴가철처럼 장기간 집을 비울 때는 열쇠 형식의 보조키를 설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충고했다.

김지향 한국디지털도어록제조사협회 사무국장은 "디지털 도어록은 보안성이 높고 사용하기 편리하긴 하지만 맹신해서는 안 된다"며 "터치식은 지문이 남을 수 있고, 버튼식은 숫자가 닳아 비밀번호 유출의 빌미가 되기 때문에 평소 비밀번호를 자주 바꾸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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