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0년간 음식과 식습관은 이전 만 년보다 비약적으로 변화했다. 느린 변화에 익숙한 우리의 몸과 유전자에는 엄청난 충격인 셈이다. 작금의 음식문화는 한마디로 생명과 산업의 충돌이다. 소고기와 햄버거 등 음식을 산업화한 결과 매년 1만7천 개의 새로운 식품이 등장한다. 육류와 정제 가공식품이 범람하고 종의 다양성도 획일화된다. 식용으로 3천 가지의 동'식물종이 널리 쓰여 왔는데, 오늘날은 소수 품종만이 재배된다. 저비용 대량생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1970년대 이후 세계의 식품정책은 싼 가격으로 대량의 칼로리를 공급하는 데 있다. 환원주의적 사고를 진보라고 여기며 토양의 복잡함도 질소'인'칼륨으로 환원한 결과 예전에 1개의 사과가 갖던 철분을 얻으려면 이제 사과 3개를 먹어야 한다. 영양학과 의학도 사람을 하루에 철분 몇 g을 반드시 섭취해야 하는 단순한 물질적 존재로 환원한다. 비만이면서 영양부족이 흔한 이유이다.
특히 충격적인 것은 이런 식품체계와 동물성 음식을 둘러싼 거대한 고통과 죽음의 쳇바퀴다. 밥상에 오르기 위해 연간 700억 마리의 동물이 도살당한다. 어류의 50%와 세계 농지의 80%, 물소비의 70%가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낭비된다. 또한 세계 식량의 50%가 가축사료로 투입되면서 연간 10억 명은 배고파 죽어가고, 20억 명은 배불러 만성질환으로 죽어간다. 게다가 치료용 신약개발을 위해 연간 수억 마리의 동물들이 실험대상으로 희생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경제구조의 왜곡과 지구온난화 등 치명적 생태계파괴를 초래한다. 여기에 무슨 평화를 기대하겠는가!
이미 유엔(UN)은 21세기 새로운 보건 정책 목표로 만성질환 관리를 설정했다. 인류 보건 최대 목표가 전염병 퇴치에서 바뀐 것이다. 그리고 2010년부터 세계가 기아와 에너지 빈곤, 기후변화의 영향에서 살아남기 위해 채식 위주 식단으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라고 역설한다. 2050년 전 세계 인구가 91억 명으로 증가한다고 전제할 때, 육류와 유제품 위주로 짜인 서구식 식단은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때 인류는 합리성과 진보, 과학의 이름으로 서구식 식단을 맹종해왔다. 오죽하면 합리성이 역설적으로 불합리성을 낳는다는 '맥도날드화'란 개념까지 나왔을까. 삶을 바꾸려면 마음을 바꿔야 하고 마음을 바꾸려면 음식을 바꿔야 한다는 옛말이 있다. 서구식 식단의 극복은 음식을 넘어 사고방식 즉 문화의 전환이자 음식과 인간'지구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는 역사적 소명이다.
현대과학도 우주의 기본 속성이 생명과 의식일 가능성을 고려한다. 환경운동은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 이후, 산업화의 무한질주를 제한하는 규제 위주에서 근원적 차원의 생태 인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우주는 완전한 상호의존 체계이며, 만물은 하나하나 고유하고 존중받을 가치가 있고 우리 행동의 결과도 살아있는 우주에 공명해 윤리적 되울림으로 되돌아온다는 인식이다. 현대의 비건(완전채식)운동은 이러한 인식이 음식을 선택하는 인식의 질과 무관하지 않음을 분명히 한다.
비건은 동식물을 포함한 모든 존재가 한 생명이라는 확장된 휴머니즘을 지향한다. 생명의 존엄성에 기초해 모든 생물과 공감을 추구할 때 지속 가능한 발전도 가능한 법이다. 그리고 인류와 인간의 본성에 공감적 특성의 씨앗을 발현한다. 만약 상호의존성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비건은 이 세상과 인류, 다음 세대와 동물, 우리 자신 그리고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멋진 선물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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