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선동 때문에 전통적인 테러의 개념이 무너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14일 프랑스 니스에서 84명을 숨지게 한 트럭공격이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로 일찌감치 인식됐지만 사건 사흘이 지나도록 별다른 증거가 나오지 않고 있다.
테러범 모하마드 라후에유 부렐(31)은 종교에 관심이 없는 인물인 데다가 정신적으로 불안정했던 것으로 나타나 범행 동기에 대한 혼란은 더 커지고 있다. IS가 사건 하루 뒤에 선전 매체인 아마크 통신을 통해 배후를 자처하기는 했으나 부렐과 외부 세력과의 연계성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세계 각국 정치 지도자들은 일찌감치 테러 직후 이 사건을 테러리즘으로 규정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테러 후 첫 대국민 연설에서 이번 사건이 본질적으로 테러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마뉘엘 발스 프랑스 총리도 범인이 이슬람 극단주의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같은 맥락에서 "테러와 맞서 싸워야 한다"는 논평을 내놓았다.
FT는 부렐이 종교 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정황을 들어 급진화한 이슬람 교도라는 주장에 의문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경찰이 파악한 부렐은 절도, 폭행과 같은 전과가 있을 뿐 극단주의자로 정보기관의 감시망에 포착된 적이 없는 인물이었다. 부렐의 아버지는 "부렐이 2002~2004 신경쇠약을 앓았다"며 "격분하거나 소리를 지르고, 앞에 있는 것들을 모두 부수곤 해 우울증 약을 복용했다"고 말했다. 부렐은 기도를 하지 않았고 금식성월인 라마단에도 단식하지 않았으며 술을 마시고 마약까지 한 전력이 있다고 그의 부친은 설명했다. 이웃 주민들도 부렐이 모스크에 가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독실한 이슬람 교도가 아닐 가능성을 제기했다.
NYT는 최근 들어 테러 집단과 관계없는 폭력사태를 신속하게 테러로 규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2014년 12월 프랑스 디종에서 발생한 차량돌진 공격을 예로 들었다. 당시 한 중년 남성이 30분 동안 이슬람 구호를 외치면서 승용차로 보행자들을 치고 다녀 13명이 다쳤다. 디종 검찰은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남성의 소행이며, 동기가 모호하고 도무지 일관성이 없다고 규정했다.
이로부터 불과 1년 반 뒤 이번에 니스에서 일어난 유사한 사건에 대해 당국은 주저없이 이슬람주의자의 테러라고 진단했다고 NYT는 지적했다. 그러면서 "테러의 수단이 점점 거칠어지고 위험해지는 IS의 시대에 테러 여부를 가르는 일반적인 기준이 재설정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IS로부터 영감을 받아 벌어진 자생적 테러의 경우 정치 의제를 개진하기 위해 폭력을 사용하는 행위라는 테러리즘의 전통적 개념과는 동떨어진 게 사실이다.
테러리즘 전문가인 대니얼 베냐민 미국 다트머스대 교수는 "대다수 사건이 우리가 역사적으로 테러라고 생각하던 것과는 멀리 떨어진 곳에 있다"고 말했다. 베냐민 교수는 "벼랑에 몰려 불안정한 이들에게 IS와 성전주의는 자신들의 꼬인삶을 구원하겠다고 작심하고 찾아가는 일종의 피난처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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