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힘들고 어려운 과정이었다. 정치적인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원칙과 기본에 근거해 과감하게 밀고 나갔기에 완수할 수 있었다. 이는 경북의 자존과 정체성을 회복하는 동시에 국토균형발전의 새로운 축을 만드는 역사적인 과업이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지난달 30일 경북 신도청에서 취임 10주년을 맞아 도청 이전을 '지난 10년간의 가장 큰 성과'로 내세우며 한 말이다. 지사 말대로 도청 이전은 '역사적 과업'이라고 뿌듯해할 수 있는 일임에는 틀림없다. 그럼, 도청 이전으로 회복된 '자존과 정체성'은 무엇인가? 지사 화법에 따르면 '정치적인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원칙과 기본에 근거해 과감하게 밀고 나가 이전을 완수한 일' 즉 도청 이전의 약속 이행을 뜻하면 맞을 수도 있다.
사실 지사는 경북 정체성에 큰 관심을 가져 경북정체성포럼도 생겼고 여러 연구도 있었다. 그리고 경북의 정체성을 '올곧음'(正義), '신바람'(神明), '어울림'(和議), '나아감'(創新)으로 정의했다. 합쳐서 '정신의창'(正神義創), 이를 바꿔 '精神의 窓'이라는 문구로 '경북의 혼'과 맞춰 '경북의 혼, 한국 정신의 창'(Window to the spirit of korea)이라는 큰 틀을 제시했다. 이런 틀에서 도청 이전은 마땅한 일을 했으니 '올곧음', 정의와 맞닿는다. 이는 영남 유림을 꿰뚫은 정신인 만큼 지사의 의미 부여는 더욱 그럴듯해 보인다.
이런 자부심의 도지사가 지난 15일 황교안 총리, 한민구 국방장관 등과 함께 성주에 나타났다. 황 총리 일행이 성주군민들의 사드 배치 불만과 오해를 풀어주기 위한 방문에 동행했다. 경북 수장으로서 마땅하다. 그러나 황 총리 일행은 계란과 물병 세례로 곤욕을 치렀다. 수첩을 빼앗겼고 6시간 30분간 차 안에 갇혔다. 경북경찰청장은 얼굴이 찢어지는 상처까지 입었다. 아수라장의 현장은 전국으로 퍼졌고, 총리 일행의 초라한 모습은 부각됐다. 서울 언론의 좋은 공격 빌미였다.
바로 이런 현장에 총리 일행과 함께 주민과 문제를 풀려고 나선 경북의 지도자는 보이지 않았다. 한때는 치안 책임자였던 군수도, 수장인 도지사도 방관자였을 뿐이다. 군수와 도지사는 주민 대표지만 국정 분담의 마땅한 의무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날 주민 대표는 있었으나 국정 분담 수행의 단체장은 없었다. 그런 마땅함을 실천하는 올곧음의 정체성을 가진 단체장은 없었다. '경북의 혼, 한국 정신의 창'이 그렇게 공허하게 느껴진 것은 필자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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