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11시 40분 대구 남구 봉덕동의 한 상가건물. 오토바이를 탄 40대 남성이 건물 앞에 멈추자 3층에서 여러 마리의 개 짖는 소리가 일제히 들려왔다. 개 짖는 소리로 일대가 소란스러워지자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은 소음의 진원지를 찾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이 남성이 3층을 향해 "조용해"라고 2, 3번 소리치자 이윽고 개 짖는 소리가 멈췄고, 소란에 밖을 기웃거리던 상인들은 익숙한 일인 양 말없이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대구 도심 한가운데 주택가에서 한 남성이 20마리 남짓의 유기견을 키워 이웃 주민과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개들이 한꺼번에 짖는 일이 잦아 인근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면서 건물주가 견주에게 '퇴거' 요구까지 하고 나섰다.
올해 1월 봉덕동 A상가 3층으로 이사 온 신모 씨는 33㎡도 채 되지 않는 공간에 20마리 정도의 개를 키우고 있다. 사냥개 종류의 큰 개부터 푸들, 스피츠 등 작은 개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신 씨가 이곳으로 이사 온 이유는 상가가 밀집해 있는 큰 도로변이라 주택이 적고, 방은 좁지만 베란다(3층)와 옥상(4층)이 있어 개를 키우기 적합했기 때문이다.
신 씨는 "심부름센터를 하면서 4년 전 한 동네 꼬마가 자기가 기르던 개를 맡아달라 부탁했고 이후 심부름센터에 맡긴 서너 마리의 개를 찾아가지 않아 이들도 거뒀다"며 "친한 이웃이 개를 보호소에 보내라고 권유했지만 일정기간 후 안락사시키는 곳에는 절대 보낼 수 없어 힘들어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웃들은 개 짖는 소리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밤늦은 시간에 단체로 짖는 소음에 6, 7월 사이 구청에 민원이 잇따랐다. 한 주민은 "낮에는 도로 소음 때문에 개 짖는 소리가 잘 들리지 않지만 밤에는 사방이 고요할 때 한 번씩 짖으면 잠을 깰 정도"라고 했다.
주민 불만이 높아지자 건물주는 신 씨에게 '방을 빼달라'고 요구했지만, 신 씨는 계약기간이 남았고 개를 키우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맞서고 있다.
남구청은 관련 법규가 없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다고 밝혔다. 구청 관계자는 "반려동물 등을 둘러싼 주민 간 갈등이 벌어질 때마다 서로 협의하라고 권유하고 있는 실정이다"며 "견주 스스로 갈등의 소지를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협조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일부에서는 반려동물 등으로 인한 갈등을 중재할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서울시는 지난 4월부터 반려동물'길고양이를 둘러싼 주민 간 갈등을 조정하는 '동물갈등조정관'을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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