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람과는 사랑하는 사이가 아니라 사업 파트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조지 워싱턴(1732 ~1799)의 얘기다. 역사가들은 워싱턴 부부의 결혼을 '사랑'보다는 '우정'으로 본다. 에둘러 말해 '우정'이지, 철저하게 필요에 의한 동거였다.
워싱턴은 26세 때, 한 살 연상의 마사 커티스와 결혼했다. 마사는 키가 작고 음울한 성격에 네 아이를 낳은 과부였지만, 엄청난 부자였다. 출세욕에 불탄 워싱턴은 과부의 '돈'이 필요했고, 마사는 재산을 관리할 든든한 남자가 필요했다. 워싱턴은 결혼 후 마사의 돈으로 토지와 노예를 구입해 대농장주에 올라섰고, 이를 바탕으로 정계에 진출하면서 건국의 아버지가 되는 길을 닦았다. 그의 출발은 부인 덕에 순조로웠지만, 뒷날의 성공은 전적으로 그 자신의 노력과 용기, 현명함에 의한 것이다.
예로부터 부인 덕에 성공한 남자를 두고 '행운아'로 여기거나 반대로 '삐딱하게' 보는 시선이 공존했다. 요즘에는 '자수성가'(自手成家)를 빗댄 '처수성가'(妻手成家), 시댁 덕에 성공한 여자를 두고 '시수성가'(媤手成家)라는 신조어가 있는 걸 보면 배우자 덕을 바라는 분위기가 더 큰 힘을 얻고 있는 듯하다.
얼마 전 TV에서 출연자들이 '처수성가'를 놓고 찬반 토론을 벌이는 것을 봤다. '물심양면으로 도와줄 수 있는 처가가 최고'라는 시각과 '처가 덕 보는 사위들은 기죽고 눈치 보며 살기 마련'이라는 시각이 대립했다. '아내가 귀여우면 처갓집 말뚝 보고 절한다'와 '보리 서 말만 있어도 처가살이는 안 한다'는 우리 속담과 비슷한 상황이 아닐까.
처가나 시댁 덕을 본다고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영화'드라마로 만들어진 최인호의 소설 '불새'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큰딸인 이부진 부부의 사례를 봐도 불행한 결말이 적지 않다. 외형적인 조건이나 재산보다는 '당신의 가장 친한 친구는 당신의 배우자여야 한다'는 옛말이 가슴에 와 닿는 세상이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처가 땅 매입 문제를 두고 구설에 올랐다. 우 수석은 393억원의 재산을 신고해 공직자 1위에 올라 있지만, 상당수는 부인 재산이다. 우 수석은 영주 출신에 대구지검 특수부장을 거쳤고, 장인인 고 이상달 전 정강중기'건설 회장은 고령향우회장을 지낸 지역 출신이다. 우리 사회에서 판검사가 부잣집 사위가 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처수성가'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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