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4대째 울릉도 토박이 최희찬 씨, 카약 재능 기부

울릉초 20여 명에…엄홍길·이문세 씨도 캠핑 등 즐겨

주말인 지난 16일 오전. 울릉군 서면 통구미 가제바위 주변에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형형색색 카약 20여 대가 푸른 바다를 수놓았다. 카야커는 울릉초등학교 3~6학년 20여 명. 모두 1개월 전 카약을 접한 초보들이다. 서쪽으로 2.5㎞ 떨어진 남양항에서 노를 저어 이곳까지 왔다는 아이들의 얼굴엔 자신감이 묻어났다. 울릉초등학교의 체험학습이다. 김동민(4년) 군은 "처음엔 어떻게 탈까 무서웠고 바다에 빠질까 봐 두려웠지만 이젠 두렵지 않다. 내 마음대로 방향을 바꾸고 바다에서 울릉도를 구경하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이 체험학습은 한 학부모의 재능기부로 시작됐다. 4대째 울릉도에 사는 토박이 최희찬(48) 씨가 그 주인공이다. 최 씨는 "늘 바다를 보며 살고 있지만 정작 해양 레포츠와 관련한 체계적인 교육을 받기 어려운 게 이곳 아이들의 현실이다. 5학년인 딸에게 카약을 가르치려다 동기생들도 함께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학교에 제안했는데 참가자가 늘면서 일이 커져 버렸다"라고 말했다.

여행업에 종사하는 최 씨는 버스 관광 위주의 단조로운 관광 패턴에서 탈피해 울릉도 천혜의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체험 행사에 대해 고민했고 지난해부터 카약을 들여왔다. 최 씨가 보유한 카약은 소아용 11대를 포함해 모두 36대. 올해는 독일 교포 출신으로 전 광안리 해양레포츠센터 카약 강사를 지낸 장원섭(60) 씨를 강사로 영입했다. 최 씨는 "대다수 아이가 물에 대한 공포감이 있다. 한 주가 다르게 공포감을 이겨내며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 씨가 카약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소식에 평소 친분이 있던 유명인사들의 울릉도 방문도 잦아지고 있다. 지난달엔 산악인 엄홍길 씨와 가수 이문세 씨가 울릉도에 들어와 카약과 캠핑을 즐겼다. 당시 엄홍길 씨는 "내가 울릉도에 자주 와야 할 이유가 생겼다"며 울릉도 바다 카약에 대해 극찬했다.

젊은 시절 최 씨는 바다보다는 산을 더 동경했다. 1995년 울릉산악회에 들어간 최 씨는 1998년 한국등산학교 암벽반을 수료하며 본격적인 산악활동을 시작해 울릉산악회 부회장, 울릉군 산악구조대 대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엔 경북산악협회 산악스키 이사로 선임됐다. "화산섬 울릉도는 육지와는 다른 독특한 식생과 자연환경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고개를 아래로 향하면 바다가, 뒤로 돌리면 산이라는 말이 있죠. 울릉도를 해양레포츠와 산악레포츠, 생태관광을 아우르는 옥외 활동의 천국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최 씨가 꿈꾸는 울릉도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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