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대구 기관 채용 면접을 전주에서?

지난 8일 준공한 대구출판산업지원센터를 대구시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8월부터 위탁운영을 시작하고 10월에 개관한다는 신문 기사를 보았다.

출판산업지원센터는 지역출판산업의 성장을 종합 지원하는 허브기관으로서 출판콘텐츠 창작역량과 다차원적 활용의 선순환 구조를 확보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 건립됐다. 총사업비 225억원을 들여 웅장하게 건립했는데, 그 앞에는 웃는얼굴아트센터가 있고 그 옆에는 출판산업단지 내 80여 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처음 지을 때부터 산업단지 분양에서 제외한 시 보유 부지에 지원센터를 짓고, 나머지 반을 임대공장부지로 매각해 주차장도 부족하고 주변 환경도 고려치 않았다. 앞 못 보는 대구시 행정에 지역민의 원성이 높았던 곳이라 지역주민과 협의체와의 소통이 더 필요한 곳이었다.

그런데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16명 계약직 직원의 서류합격자 명단이 있었다. 면접시험은 13일 전북 전주시 진흥원 4층 대회의실에서 필기 및 면접을 본다고 되어 있었다.

대구에서 8일 준공했는데 면접은 13일 전주에서 한다니 기업 하는 필자의 입장에선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러한 사소한 배려도 없는 기관에 어떻게 지원센터를 위탁할 수 있는지? 최근에 교육부 정책관의 개, 돼지 발언으로 파면 조치된 공직자의 인상이 뇌리를 스친다.

위탁공고에 의한 선정으로 집행한 행정은 합법적이지만 관리감독 부서의 진행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생각이다. 전문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을 못해서 위탁할 수밖에 없는 행정능력의 부재는 미리 교육시켜 준비하면 될 것이고, 양해각서(MOU) 체결 등 운영시스템을 준비하면 되는데 2년 가까운 건설 기간 중에 무엇을 준비했는지 되묻고 싶다.

대구에서 지역 실정을 잘 아는 문인협회, 출판산업협의회, 70년 역사의 언론사 등 자문할 곳이 많다고 본다. 지금이라도 개관 전 운영자문위원회 등을 구성하여 시민과 함께 센터 발전을 위해 노력하면 좋겠다.

'취직하고 싶으면 네(계약직 후보자)가 우리 있는 곳(전주)으로 오라'는 식의 조그마한 배려도 없는 한국출판산업진흥원의 사고는 이런 곳에 위탁을 맡긴 대구시 행정에 반발심을 유도한다. 지원자들이 근무할 장소는 대구다. 미리 직원을 대구에서 뽑은 뒤 위탁을 맡겨도 될 것이고, 아니면 대구지원자들의 편의를 위해 면접은 대구에서 할 수 있도록 협조를 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구시 행정은 주민편의에는 무관심했다. 초대 시립미술관장을 외지인으로 선정하여 대구 시민의 자존심을 아프게 한 기억이 있다. 더 잘하기 위한 시 행정의 선정이었지만 시립미술관 유치를 위해 노력한 사람도 대구를 사랑하는 예술인도 한동안은 묵묵히 발길을 돌렸다. 대구시 발전을 함께하고픈 지역민과 산업단지 입주업체 또한 이러한 아픔이 가슴에 스며들까 걱정이 앞선다.

대구에는 대구의 정서와 문화가 있듯이 시민과 진정 호흡하려고 노력하며 시민과 함께하는 기관으로 발전되었으면 한다. 혈세로 봉급을 받는 공직자, 선출직 시장, 국회의원 등 모두가 시민을 위해 눈높이를 맞추고 국가와 시민을 위한 진정한 공무를 수행할 때 시민과 함께 대구 발전을 꿈꿀 수 있다고 본다.

보여주는 행정보다 의미 있고 실리가 있는 행정, 일방적인 행정보다 시민을 위한 애정 있는 행정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개, 돼지 발언의 금수저 공직자 모습이 아닌 밝고 믿음직한 공직자, 사람으로서 함께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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