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팬들이 2016시즌 삼성의 '지는 야구'에 어색해하고 있다. 일부는 고통스러워한다. 급기야 대다수가 삼성 팬인 지역민들은 일상이 되어가는 삼성의 패배에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스포츠에서 이기는 팀이 있으면 지는 팀이 있는 법, 꼴찌가 있어야 우승팀이 있는 법. 당연한 이치인데, 왜 받아들이지 못할까. 내가 사랑하는 팀이기에, 대구'경북을 프랜차이즈로 한 팀이기에, 나의 손에서 떠나지 않는 휴대전화가 삼성 제품이기에 이겨야 할까.
이런 전제로 기자는 "왜 자꾸 지느냐"는 지인들의 물음에 "2000년대 들어 삼성이 너무 많이 이겼지 않느냐. 이제 질 때도 됐다. 특정 팀의 독주는 오히려 야구를 보는 재미를 떨어뜨린다"며 역설적인 대답으로 얼버무리곤 한다.
하지만 속마음은 그렇지 않다. 삼성은 아직 충분히 이기지 못했다.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는 올해가 35년째이고 그동안 삼성은 'V-8'을 달성했다. 1985년 통합 우승을 빼면 7차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다. 현 10개 구단 체제에서 8번의 우승은 많은 수치이지만 원년 멤버 삼성이 1980, 90년대 해태 타이거즈(현 KIA) 등에 당한 수난사를 생각하면 지역민들에게 삼성의 우승은 여전히 목마르다.
무엇보다 올해는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가 개장한 해이다. 라이온즈파크는 삼성 팬들의 숙원이었다. 매번 한국시리즈 때마다 콩나물시루 같은 좁은 대구시민야구장에 들어가려고 티켓 전쟁을 펼쳤던 이들에게 2만4천 석을 둔 새 야구장은 카타르시스다. 만원 관중 속에서 승리를 합창하고 파도타기로 승리의 기쁨을 누리고 싶은 것이다.
그러기에 삼성의 연고지 팬들은 승리를 갈망하고 있다. 삼성이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정규시즌을 5연패했기에 팬들은 이기는 것을 당연시한다. 설령 다른 구단에 비해 더 많이 우승했다고 치더라도 프로이기에 삼성은 끊임없이 팬들에게 승리를 선물해야 한다. 뒷걸음질은 팬들을 우롱하는 일이며 어쩌면 사기다.
그런데 올 시즌 삼성은 '지는 야구'에 적응할 것을 팬들에게 강요하고 있다. 누가 이를 강요하는지 진단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기본적으로 삼성의 추락 원인은 선수단에 있다. 주전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과 외국인 선수의 실력 부족 때문이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동기'근성 부족이 주된 원인이다. 투'타, 수비, 작전 등 각각의 자리에서 해야 할 일들을 선수단이 등한시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정규시즌 5연패를 이끌었던 직원들이 자리를 옮기면서 프런트의 전문성이 떨어지고 분위기가 어수선해진 점도 한몫했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라는데 있다. 삼성그룹의 야구단 경영 의지다. 프로야구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삼성그룹에 야구단 경영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꼴찌를 헤매는 지금 성적에 난리가 나야 할 상황이지만, 삼성그룹은 조용하다. 흔한 1'2군 코치 교체 얘기조차도 없다. 참으로 어색한 일이다. 좋은 성적을 내는 방도를 찾으려고 무당을 불러 굿을 하고, 비서실의 특별 감사로 문제점을 캐내던 '삼성 일등주의'는 어디로 간 것일까.
야구단 운영만 놓고 볼 때 3세대 경영에 접어든 삼성그룹은 확실히 달라졌다. 삼성전자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독립 운영되던 야구단은 제일기획으로 들어갔고, 제일기획이 매각 추진되면서 야구단의 정체성은 모호해졌다. 꼴찌를 헤매는 지금의 야구단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구시가 개발제한구역에 많은 예산을 들여 건립한 라이온즈파크는 25년간 운영권을 확보한 삼성그룹의 먹이터가 됐다. 야구단을 비롯해 제일기획, 에스원, 삼성웰스토리 등 삼성 계열사들이 라이온즈파크에서 수익 창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게 지금의 삼성그룹 야구단 경영 논리라면 대구시는 재벌 기업의 후원자가 되는 셈이다.
'지는 야구' 속에 강행되는 삼성그룹의 새로운 야구단 마케팅 전략은 성공할까. 삼성 입장에서 다행스럽게도 라이온즈파크의 전반기 평균 관중 수는 1만3천여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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