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공천 개입 진상조사 없다는 새누리당, 어떤 국민이 지지하겠나

새누리당 지도부가 김성회 전 의원에게 지역구를 옮기도록 종용한 최경환'윤상현 의원의 4'13 총선 공천 개입 사실에 대한 비박계의 진상조사 요구를 거부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어제 열린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또다시 계파 투쟁으로 뒤늦게 책임 공방을 벌일 때가 아니다"며 "진상조사는 없다. 징계도 없다"고 했다. 김광림 정책위의장도 "모두가 내 탓이오 하는 마음가짐으로 자기반성과 성찰을 위해 국민을 보고 나아가야 한다. 녹취록 관련 상황도 마찬가지"라며 정 원내대표를 거들었다.

과연 새누리당이 책임 의식이 있는 공당인지 의심케 하는 무책임한 태도다. 녹취록에서 드러난 최'윤 두 의원의 행위는 이런 식으로 얼버무리고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우선 당내 '경선과 관련해 후보자 또는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에 대한 협박 또는 유인'을 금지한 공직선거법 제237조(선거의 자유 방해죄)와 '후보자가 되지 않게 할 목적의 공사(公私)의 직(職) 제공 또는 그런 의사 표시나 약속'을 금지한 57조 5(매수금지)의 명백한 위반이다. 진상조사 거부는 이런 범법 행위를 못 본 체 하겠다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최'윤 두 의원이 김 전 의원을 회유'협박하면서 지역구 변경이 '대통령의 뜻'이라고 했음에도 징계를 하지 않겠다고 한 점이다. 김 전 의원이 억지로 지역구를 바꾸게 된 결정적인 요인이 바로 최'윤 두 의원이 전한 '대통령의 뜻'이다. 국민이 알고 싶은 것은 그런 것이 정말로 있었는지이다. 이에 대해 정 원내대표는 "청와대에 확인했는데, 펄쩍 뛰더라"고 전했다. 이런 간접화법으로는 의혹을 잠재우지 못한다.

새누리당은 최'윤 두 의원이 대통령을 팔아 호가호위(狐假虎威)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실이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의 뜻을 '참칭'한 기강 문란 행위이기 때문이다. 엄중한 조치가 있어야 마땅하다.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것은 '대통령의 뜻'이 없었다는 것인가 아니면 있었지만 없었던 일로 하겠다는 것인가? 이런 식으로 대충 덮고 넘어가면 당장은 한숨 돌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긴 호흡에서는 독이 될 게 뻔하다. 어떤 국민이 이런 정당을 믿고 지지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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