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시민원탁회의] 18일 '대구여성으로 산다는 것' 415명 참가 열띤 토론

50대 "대구男과 딸 결혼 무섭다" 맞벌이 "애 맡길 데 만들어라"

'제2회 대구시민원탁회의'가 18일 오후 남구 프린스호텔에서 열렸다. '대구여성으로 산다는 것'이란 주제로 대구여성의 현실에 대한 문제점과 개선방안, 발전 방향 등을 토론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맞벌이 가정에서 남성이 가사일을 하는 시간은 38분, 반면 여성은 하루에 2시간 31분을 가사일에 할애한다.

대구 여성 50.9%는 경제활동에 참가하고 있지만, 이들은 남성 임금의 58.7% 수준만 받는다. 비정규직 비율은 44.2%로 남성(29.9%)에 비해 높고, 지난 20대 총선에서 대구 국회의원 당선자 중 여성은 한 명도 없었다. 대구여성가족재단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6 통계로 보는 대구 여성의 삶' 자료를 발표했다.

이러한 현실에도 대구 여성은 남아야 하는가. 혹은 떠나야 할까.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한 시민원탁회의가 18일 오후 7시 대구 남구 프린스호텔 리젠시홀에서 열렸다. '대구 여성으로 산다는 것'이란 주제로 열린 이날 회의에는 시민 378명과 토론 진행자 37명 등 총 415명이 참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토론은 '대구 여성이 마주하는 현실 진단'과 '여성이 머물고 싶은 대구 만들기 대응 방안 탐색' 등 2가지 큰 주제를 두고 진행됐다. 원탁 37개에 10여 명씩 나눠 앉은 시민들은 테이블마다 자리한 토론 진행자의 사회에 따라 차분하게 본인 의견을 말했다.

현실을 진단하는 1부 토론에서 한 50대 여성은 "대구 남자들은 집안일 하는 걸 부끄러워하는 것 같다"며 대구의 가부장 문화를 지적했다. 그는 "주변에서 딸을 대구 남자와 결혼시키기 무섭다는 얘기도 들을 수 있다"며 "그만큼 다른 지역에 비해 가부장적 분위기가 심하다"고 말했다. 직업상담사 박모 씨도 "간호조무사 일을 하고 싶지만 맏며느리인 탓에 명절에 일할 수 없어 취업하기 힘들다고 상담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직장 여성이 육아를 하기에는 힘들다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 한 여성은 "취업하기도 어려운데 막상 취업을 해도 보육시설이 부족해 부모에게 자녀를 맡길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고 말했다. 30대 남성 허모 씨도 "맞벌이 부부에게 육아 부담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저녁 약속이라도 생기면 아내와 조율하기 바쁘다. 정부가 돈만 지원할 게 아니라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2부 토론에서는 가정 내 성 역할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30대 여성 김모 씨는 "남성이 가사 노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할 실질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면서 "아버지가 자녀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면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은 어떤가"라고 제안했다.

이날 회의에 참가한 시민들은 여성 경제활동을 힘들게 하는 요소로 '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25%)과 '중년 여성 재취업 문제'(24%)를 꼽았다. 성평등 인식을 개선하려면 '가정 내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타파해야 한다'(45%)는 의견이 가장 많았고, '생애 주기별 성평등 교육이 필요하다'(25%)는 의견이 뒤따랐다. 여성 인권 신장과 안전 보장을 위해서는 '범죄를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47%)가 1순위로 꼽혔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대구형 어린이집을 늘려 보육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CCTV와 가로등을 합친 '스마트 가로등'을 설치하는 등 여성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이번 토론에서 나온 의견을 정책으로 담아 여성이 살기 행복한 도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