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방학과 직장인들의 휴가가 시작되면서 해외로 '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많다. 다른 사람들과 패키기 '관광'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혼자서 배낭 '여행'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해외 유명 '관광'지에는 한국인들 천지라고 한다. 바로 앞의 문장에 사용된 '여행'과 '관광'을 서로 교체해서 써 보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도 있지만, '배낭 관광'처럼 어색한 것도 있고, '관광지/여행지'처럼 느낌이 다른 것도 있다. 이 이유는 우리가 거의 구분을 하지 않고 사용하는 '관광'과 '여행'의 의미가 미세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먼저 관광(觀光)은 주역에 나오는 '관국지광 이용빈우왕'(觀國之光 利用賓于王)에서 온 말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 구절에 대한 해석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는데, 대체로 '나라의 빛을 보면 왕에게 빈객으로 이롭게 쓰인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이 구절의 바로 뒤에 '상왈 관국지광 상빈야'(象曰 觀國之光 尙賓也)라는 말이 오는데, 이것을 '상에 이르기를 나라의 빛을 보는 것은 빈객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로 해석하면 앞의 내용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여기에서 '나라의 빛'이라는 것은 다른 나라의 선진적인 제도나 문물들을 뜻하는 것이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에 작은 나라의 왕들은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기 위해 유능한 빈객들을 초빙하였다. 당시에는 책이 많이 없었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문물을 많이 둘러본 사람이 가장 유식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왕의 빈객으로 관리가 되려는 사람들에게 관광은 필수적인 것이었다.
관광이라는 말의 근원이 그렇다 보니 관광은 대체로 선진적인 문물이나, 문화재가 있는 곳, 자연경관이 빼어나게 아름다운 곳, 독특한 풍속으로 이름난 곳을 둘러보고 견문을 넓히는 것에 강조점이 가 있는 것이다. 반면 '여행'(旅行)은 한자의 뜻처럼 '나그네가 되어 돌아다니는 것'이다. 나그네는 자신이 사는 지역과 직업을 떠나 다른 지역에 잠시 머물거나 떠도는 사람이다. 그래서 명승지가 아니더라도 일상을 벗어난 곳이라면 어디라도 '여행지'가 되는 것이다. 사람이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바로 자신을 돌아보거나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이 자신의 일에 매몰되다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에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어진다. 그런 일상에서 벗어나 나그네라는 타자(他者)의 시선으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 못 보던 것을 보게 되며 새로운 힘을 얻을 수 있다. 결국 관광이나 휴양(休養)은 여행의 한 부분이 될 수 있지만, 나그네가 되어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것은 여행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여행지는 외국보다도 대한민국 구석구석에 더 많이 있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