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건 속으로] 포항의 여고 신생아 시신 유기사건 미궁 속으로

학생 300명 DNA 대조, 단서 못찾았다

포항의 한 여고에서 발생한 신생아 시신 유기사건이 자칫 미궁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3월 사건이 발생한 상황에서 4달이 지난 이달 말까지 신생아를 버린 엄마를 찾는 경찰 수사는 전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포항북부경찰서는 지난 3월 A여고 별관 화장실에서 신생아가 시신으로 발견되자 태반에서 친모의 DNA를 추출하고, 혈액형이 BB+인 것을 확인했다. 이후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 이 학교 학생 생활기록부를 확보, 혈액형이 같은 학생 300여 명을 추렸다.

경찰은 이 학생들의 학부모 동의를 받아 타액 등 DNA 대조 표본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넘겼다. DNA 대조작업은 지난달 말까지 진행됐다.

이 기간 경찰서 형사과 1개 팀이 학교 주변에 설치된 CCTV 8대를 모두 뒤져보며 외부인 출입 여부를 샅샅이 살폈다. 또 학생들의 등'하교 모습도 일일이 확인하는 등 모든 가능성을 열고 사건에 매달렸다. 그러나 사건을 풀 단서를 찾지 못했다.

경찰이 확보한 생활기록부 내 혈액형이 실제 학생의 것과 다른 점도 커다란 벽이다. 300여 명의 DNA 표본 대조를 벌이는 동안 혈액형이 다른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생활기록부에는 B형으로 나왔지만, DNA 확인 결과 O형인 경우 등 10% 정도가 기록과 달라 수사에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결국 경찰은 DNA 채취 대상을 전교생으로 확대해야 할 상황. 이렇게 되면 앞으로 500여 명을 추가로 조사해야 한다. 지금까지 학부모 동의 등을 받느라 설득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소비한 시간을 따지면 적어도 4개월은 더 걸려야 한다는 의미다.

그 사이 학생들이 졸업하고 타지로 흩어지는 등 시간이 지체되다 보면 부담을 느낀 경찰이 미해결 사건으로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한편 지난 3월 포항 시민을 불안에 떨게 했던 롯데마트 포항점 외부 주차장 유부녀 납치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 달아난 용의자 A(51) 씨는 같은 달 31일 울산 울주군 한 야산에서 목매 숨진 채 발견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경찰은 마트 주차장에 CCTV가 없어 용의자 추적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시민의 결정적 제보로 용의자 2명이 특정됐고, 공개수사가 시작되면서 2명 중 B(51) 씨는 먼저 남부경찰서에 자수했다.

경찰은 신생아 유기 사건 역시 결정적 제보가 열쇠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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